SK 김광현이 김성근 감독에 대해 처음 입을 열었다. 김광현은 “FA가 된 후 일본이든 미국이든 감독님이 가는 팀으로 함께 옮겼으면 좋겠다”며 김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스포츠동아 DB
2. 자신감 … 실전에서 다양한 구종 실험
3. 성숙함 … 스승의 채찍 헤아리는 마음
SK 에이스 김광현은 2일 문학 두산전 선발로 내정됐었다. 그러나 비 탓에 무산됐다. 비 내리는 SK 덕아웃에서 사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김광현은 “유독 내가 선발 예고되면 비가 내린다. 벌써 3번째”라고 했다. 비가 아니었다면 5월23일, 대전에서 한화 류현진과의 선발 맞대결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 당시 김광현은 페이스가 바닥을 다지던 시점이었다. 반대로 류현진은 절정이었다. 한달여가 흘러 김광현은 ‘진심’을 살짝 드러냈다. “솔직히 붙었으면 했다. 졌을지 몰라도 맞대결을 통해 확 올라올 수 있었다. 이겼을 수도 있고.” SK는 한화와 7월13일∼15일 문학에서 3연전을 벌인다.
● 진화하는 에이스
시원시원한 화법만큼 김광현은 직감적이다. “내 감을 믿는 편”이라고 스스로 밝힌다. 여기서 감(感)이란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의 느낌이다. “7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져도 8회에 주자 2명을 두고 내려오면 그 나빴던 감이 그대로 다음 등판까지 이어질 때가 잦다. 바깥에서는 7이닝 무실점이라고 잘 했다고 해도 나는 불안하다.” 그러나 그 감이 지금은 최고조란다. “(좋은 감이) 쭉 갈 것 같다”라고도 했다. 팔꿈치 고장을 딛고 어느덧 10승이다. 방어율은 2.31이다. 2007년 한국시리즈 이후 언제나 김광현은 잘 던졌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마음가짐이 변화하고 있다. “실전에서 던지면서 여러 가지 구종을 시험해본다. 슬라이더나 커브를 빠르게, 느리게 던졌다 완급조절을 한다. 그러다 신무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자신감, 그리고 게임 지배력, 선발로서 맡은 경기를 최대한 책임지겠다는 에이스의 책임감이 묻어났다. 투구수에 대해서 “신경 안 쓴다”는 ‘역설적’ 대답도 그 맥락이다. “전광판에 투구수를 보면 이닝당 15구로 줄여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그러다 빠르게 승부구를 던지려다 안타를 맞으면 다시 처음부터 던져야 된다. (그러다보니) 아예 투구수를 의식하지 않고 한타자 한타자에 집중한다. 투구수는 마운드 내려올 때만 봐둔다.”
● 김성근 감독은 평생의 스승
김성근 감독이 김광현에 대해 말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김광현이 김성근 감독에 관해 얘기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김광현은 갑자기 “감독님 계약이 언제까지 돼 있느냐?”고 물었다. “내년까지”라는 답변을 듣자“내가 FA 되기 전 시즌까지 SK에 계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별 탈 없이 계속 야구를 하면 2015시즌 마치고 FA가 된다. 그러니까 2015년까지는 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다. 여기까지는 립 서비스로 들릴 구석도 있었지만 이어지는 말에서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FA되면 일본이든 미국이든 감독님이 가는 팀으로 같이 옮겼으면 좋겠다. 감독님 꿈이 일본에서 감독하는 것이고, 최종 목표가 메이저리그 감독이라고 하시지 않았나?” 자신을 영입하고 싶은 팀에게 미리 옵션(?)을 제안한 셈이다.
“사실 감독님 밑에서 처음 2년은 ‘하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비유하자면 집∼학교만 오가는 생활에서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잡아준 것 같다. 정말 귀신처럼 내가 다른 마음을 먹으면 잡아주고 야구가 안 풀릴 때 꼭 짚어 주고, 힘들 때 격려해준다.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SK에서 김 감독을 오랜 기간 지켜본 인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장인이 빚은 도자기에 비견하면 김 감독이 왜 그리 김광현에 엄격한줄 짐작할 것이다.” 위대한 투수뿐 아니라 성숙한 어른으로 김광현을 키우고 싶었던 김 감독의 꿈이 여물어가고 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