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다이어리]<3>그리스전 6일 앞인데 “등 따끔-가슴 콕콕”

입력 2010-07-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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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형 대상포진

사흘은 푹 쉬어야 낫는 병
컨디션 저하 고민하다 보고
허감독 선뜻 “쉬게 하세요”
선수 아끼는 마음 보여줘
《그리스와의 B조 1차전을 엿새 앞둔 지난달 6일 중앙수비수 조용형(27)이 왼쪽 등 부위가 벌레에 물린 것같이 따끔따끔하다고 했다. 옷을 벗겨 보니 벌레에 물린 흔적은 없었다. 그래서 통증이 어떤지 물었다. 그는 가끔 뭔가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온다고 했다. 직관적으로 대상포진이란 의심이 들었다. 다음 날 남아공 루스텐버그 현지 피부과병원 검진 결과 대상포진이란 확진을 받았다.》

‘제2의 홍명보’ 조용형이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장에서 코칭스태프 및 의무진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대상포진
 확진 판정을 받은 조용형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별 탈 없이 경기에 나섰다. 허정무 감독, 조용형, 최주영 의무팀장, 송준섭 
주치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2의 홍명보’ 조용형이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훈련장에서 코칭스태프 및 의무진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대상포진 확진 판정을 받은 조용형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별 탈 없이 경기에 나섰다. 허정무 감독, 조용형, 최주영 의무팀장, 송준섭 주치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상포진은 통증은 심하지만 일반인이라면 쉬면서 약물 치료를 하면 낫는 가벼운 증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 선수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사흘 정도 쉬면 완쾌할 수 있지만 결전을 앞둔 선수는 그럴 수 없다. 경기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용형은 붙박이 중앙수비수다. 그렇지 않아도 전반적으로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조용형이 빠지면 큰일이었다.

전쟁에 나가는 전사는 컨디션이 100%가 돼야 한다. 대상포진은 통증을 수반하기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약물 처방을 받고 국내 전문가에게 훈련에 미치는 영향을 문의했다. 다행히 “40세가 넘으면 무조건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20대라면 훈련을 해도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허정무 감독에게 보고했더니 “그럼 사흘간 완전히 쉬게 하라”고 했다. 허 감독은 “조용형은 그동안 빠짐없이 훈련했기 때문에 사흘을 쉬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조용형은 하루 6차례 항바이러스 약물과 영양제를 투여하며 편히 쉰 결과 완쾌할 수 있었다.

조용형이 대상포진이라는 판단은 사실 내 아픈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정형외과 의사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정형외과적 처방만 했는데 대상포진으로 밝혀져 큰 낭패를 본 적이 있었다. 대상포진은 잠복기 땐 잘 판단할 수 없다. 증상이 나타나야만 알 수 있는 질병이다. 조용형은 이렇다 할 외상이 없는데 통증을 호소했고 그래서 대상포진을 의심했는데 적중한 것이다. 어쨌든 초기에 대상포진을 발견해 치료할 수 있었고 조용형은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상대 공격을 탄탄하게 막으며 2-0 완승에 큰 힘이 됐다.

조용형 사건을 계기로 대표팀엔 ‘조용형 증후군’이라는 게 생겼다. 선수들이 벌레에 물리거나 사소한 통증만 와도 의무팀을 찾아와 “혹시 대상포진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사소한 해프닝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용형의 대상포진을 계기로 선수들은 더욱 자기 몸 관리에 철저하게 됐다.

조용형 대상포진 사례는 주치의의 정확한 판단과 감독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주치의가 대상포진으로 판단했어도 결전을 앞둔 감독으로선 훈련이란 ‘욕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허 감독은 주치의의 판단과 조용형을 믿었다. 또 조용형이 더 아프지 않도록 훈련을 완전히 쉬게 하는 결정에서 허 감독의 선수를 아끼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대표팀 주치의·유나이티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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