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고 불리던 시절, 동네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베이직을 배우던 때가 생각난다. ‘dir’ 명령어 하나면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떠벌리고 다닐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립다. 당시 베이직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테트리스’, ‘킹콩’, ‘그린베레’, ‘너클조’ 등과 같은 게임을 즐길 목적으로 컴퓨터 학원에 다녔던 것이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특히 ‘더블드래곤’은 학원에서 키보드 고장 난다고 금지를 시킬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자랑했다).
그렇게 우리 곁에서 시작된 국내 컴퓨터 역사에 바로 TG삼보가 있었다. 1980년 초 ‘SE-8001’이라는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시작으로, 1990년 ‘트라이젬(Trigem) 20XT’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가정용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우전자의 ‘아이큐’와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 등이 출시되며 국내 컴퓨터 산업이 발전되어 왔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사실, TG삼보가 국내 최초의 전문 PC 제조업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면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로 TG삼보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먼저 떠올리리라. ‘베이직’ 명령어로 10, 20, 30 라인을 채워가며 줄 긋고, 계산하던 세대가 아니라면 과거의 TG삼보를 기억이나 할까?
그렇게 기억 속 한 켠에 머물러 있던 TG삼보가 지난 주말, 초청장을 보내왔다. 30주년 행사를 하니 참가를 바란다고 말이다. 30주년…. 우리 아들이 올해 7살이다. 그간 키워오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은 것 같은데, 한 기업이 30년 동안을 한 직종에 종사하며 유지해왔다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2005년) 법정 관리 신청을 할 때, 더 이상은 힘들어 보였던 기업이 얼마 전(2008년)에는 법정 관리 딱지를 떼고 무사히 30주년을 맞이했다니 그 끈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발자취를 남긴 TG삼보 30주년 이벤트는 이 모든 것을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일, 한강에서 진행된 TG삼보 30주년 이벤트 갈라 파티의 행사장은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TG삼보 손종문 대표이사와 인텔코리아 송원기 상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정근욱 상무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시작됐다. TG삼보만의 잔치가 아닌 고객과 함께한다는 취지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올해 결혼을 한 30살 동갑내기 김서진, 강종민 부부와 함께 진행한 케익 커팅식과 행사에 참가한 일반인들과 같이 “TG삼보 파이팅”을 외쳤던 우명구 이사의 모습은 이러한 맥락과 잘 어울렸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이번 갈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TG삼보의 임원들은 일반 참가자들과 행사장에 같이 서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하를 받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그 자리를 축하하러 온 다른 기업의 임원이라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 웃고, 즐기고, 생각하고, 뛰는 모습에서 ‘결국은 기업 홍보를 위한 행사일 텐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준비된 음식과 간단한 음료로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이어진 이벤트는 참여한 모든 이가 즉석에서 조를 짜고 피켓을 만드는 ‘I LOVE TG삼보 피켓팅’이 진행되었다. 일행이 아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색할 수 있는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려 하나의 주제로 피켓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역시 걸려있는 경품이 있을 때 화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체험했다).
만들어진 피켓의 심사는 즉석에서 바로 이루어졌다. 그중 하나의 피켓이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삼보의 이름을 뜻하는 ‘trigem’을 형상화한 피켓이었다. trigem이란 tri라는 라틴어계에서 ‘숫자 3’을 뜻하는 접두사와 보석을 뜻하는 gem을 합해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이를 피켓 가운데에 그림으로 그린 것. 쉽게 알기 어려운 내용까지 알아채는 것을 보며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행사장 한쪽에 TG삼보의 3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참석자들이 손수 적어놓은 큰 벽보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모인 행사의 참가자들이 모두 만 30세로 이루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삼보라는 기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에 놀랐다.
현재 컴퓨터 제조업체 중 국내에서 메이저 기업이라고 할만한 삼성전자(창립일 1969.1.13)와 LG전자(창립일 2002.4.1, 구 금성사는 1958.10.1)의 창립일은 TG삼보보다 확실히 몇십 년 앞서 있다. 하지만, 컴퓨터 제조 분야에서만 본다면 TG삼보가 이 기업들보다 앞선다. 과거 30년 동안 아껴온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두길 기원한다.
이어진 이벤트는 TG삼보에 대해 몇 가지 퀴즈를 맞추는 ‘도전 골든벨’. 사회자가 문제를 내면 각 조에 나눠준 스케치북에 정답을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TG삼보의 창립일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된 문제는 이날의 슬로건, 코어 i CPU를 제조한 회사, 코어 i7을 탑재한 TG삼보 PC 제품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었다(정확한 창립일은 본 기자도 몰랐는데, 한 팀은 창립일은 물론 처음 TG삼보가 창립한 위치까지 기억(?)하더라).
그렇게 두 가지 이벤트와 이어진 판토마임, 비눗방울 쇼를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행사였지만 약 100여 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찾아준 행사장은 즐거운 활기로 넘쳤다(만 30세 이상의 성인들만 대상으로 진행된 이벤트라 약간의 알코올 섭취가 가능했던 덕도 있긴 하겠지만).
TG삼보 손종문 대표이사의 “TG삼보의 30년은 오늘 참석해 주신 고객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해 고객에게 선택받는 기업이 되겠다”라는 말처럼,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함께하는 잔치’가 이뤄진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으로 ‘30주년’이 아닌 ‘100주년’, ‘200주년’ 행사로 이어나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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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 곁에서 시작된 국내 컴퓨터 역사에 바로 TG삼보가 있었다. 1980년 초 ‘SE-8001’이라는 국내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시작으로, 1990년 ‘트라이젬(Trigem) 20XT’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가정용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우전자의 ‘아이큐’와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 등이 출시되며 국내 컴퓨터 산업이 발전되어 왔다.
30주년 행사장에 있던 TG삼보 컴퓨터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사실, TG삼보가 국내 최초의 전문 PC 제조업체라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면 국내 컴퓨터 제조업체로 TG삼보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먼저 떠올리리라. ‘베이직’ 명령어로 10, 20, 30 라인을 채워가며 줄 긋고, 계산하던 세대가 아니라면 과거의 TG삼보를 기억이나 할까?
그렇게 기억 속 한 켠에 머물러 있던 TG삼보가 지난 주말, 초청장을 보내왔다. 30주년 행사를 하니 참가를 바란다고 말이다. 30주년…. 우리 아들이 올해 7살이다. 그간 키워오면서 온갖 우여곡절을 다 겪은 것 같은데, 한 기업이 30년 동안을 한 직종에 종사하며 유지해왔다니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2005년) 법정 관리 신청을 할 때, 더 이상은 힘들어 보였던 기업이 얼마 전(2008년)에는 법정 관리 딱지를 떼고 무사히 30주년을 맞이했다니 그 끈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발자취를 남긴 TG삼보 30주년 이벤트는 이 모든 것을 고객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일, 한강에서 진행된 TG삼보 30주년 이벤트 갈라 파티의 행사장은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기업의 임원과 일반 참가자의 구분은 없었다
TG삼보 손종문 대표이사와 인텔코리아 송원기 상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정근욱 상무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시작됐다. TG삼보만의 잔치가 아닌 고객과 함께한다는 취지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올해 결혼을 한 30살 동갑내기 김서진, 강종민 부부와 함께 진행한 케익 커팅식과 행사에 참가한 일반인들과 같이 “TG삼보 파이팅”을 외쳤던 우명구 이사의 모습은 이러한 맥락과 잘 어울렸다.
다 같이 ‘파이팅’을 외치게 유도하던 TG삼보 우명구 이사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이번 갈라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TG삼보의 임원들은 일반 참가자들과 행사장에 같이 서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하를 받는 기업의 대표이사와 그 자리를 축하하러 온 다른 기업의 임원이라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이 웃고, 즐기고, 생각하고, 뛰는 모습에서 ‘결국은 기업 홍보를 위한 행사일 텐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반인과 같이 똑같은 자리에서 행사를 즐기던 TG삼보 손종문 대표이사(가운데)
준비된 음식과 간단한 음료로 저녁 식사를 한 뒤에 이어진 이벤트는 참여한 모든 이가 즉석에서 조를 짜고 피켓을 만드는 ‘I LOVE TG삼보 피켓팅’이 진행되었다. 일행이 아닌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어색할 수 있는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려 하나의 주제로 피켓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역시 걸려있는 경품이 있을 때 화합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체험했다).
6명씩 조를 이뤄 준비된 스티커로 피켓을 만들던 이벤트
만들어진 피켓의 심사는 즉석에서 바로 이루어졌다. 그중 하나의 피켓이 눈길을 끌었는데, 바로 삼보의 이름을 뜻하는 ‘trigem’을 형상화한 피켓이었다. trigem이란 tri라는 라틴어계에서 ‘숫자 3’을 뜻하는 접두사와 보석을 뜻하는 gem을 합해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이를 피켓 가운데에 그림으로 그린 것. 쉽게 알기 어려운 내용까지 알아채는 것을 보며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행사장 한쪽에 TG삼보의 3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참석자들이 손수 적어놓은 큰 벽보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모인 행사의 참가자들이 모두 만 30세로 이루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삼보라는 기업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에 놀랐다.
현재 컴퓨터 제조업체 중 국내에서 메이저 기업이라고 할만한 삼성전자(창립일 1969.1.13)와 LG전자(창립일 2002.4.1, 구 금성사는 1958.10.1)의 창립일은 TG삼보보다 확실히 몇십 년 앞서 있다. 하지만, 컴퓨터 제조 분야에서만 본다면 TG삼보가 이 기업들보다 앞선다. 과거 30년 동안 아껴온 고객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꾸준한 성과를 거두길 기원한다.
이어진 이벤트는 TG삼보에 대해 몇 가지 퀴즈를 맞추는 ‘도전 골든벨’. 사회자가 문제를 내면 각 조에 나눠준 스케치북에 정답을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TG삼보의 창립일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된 문제는 이날의 슬로건, 코어 i CPU를 제조한 회사, 코어 i7을 탑재한 TG삼보 PC 제품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되었다(정확한 창립일은 본 기자도 몰랐는데, 한 팀은 창립일은 물론 처음 TG삼보가 창립한 위치까지 기억(?)하더라).
그렇게 두 가지 이벤트와 이어진 판토마임, 비눗방울 쇼를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행사였지만 약 100여 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찾아준 행사장은 즐거운 활기로 넘쳤다(만 30세 이상의 성인들만 대상으로 진행된 이벤트라 약간의 알코올 섭취가 가능했던 덕도 있긴 하겠지만).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는 체험을 했던 일반 참가자
TG삼보 손종문 대표이사의 “TG삼보의 30년은 오늘 참석해 주신 고객의 성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해 고객에게 선택받는 기업이 되겠다”라는 말처럼,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함께하는 잔치’가 이뤄진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앞으로 ‘30주년’이 아닌 ‘100주년’, ‘200주년’ 행사로 이어나갈 수 있길 희망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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