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프로야구도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나면 종반으로 치닫는다. 이미 시즌의 3분의 2를 소화한 이 시점에서 보면, 올 시즌은 ‘SK의, SK에 의한, SK를 위한 시즌’이다. 아니 올 시즌뿐만 아니라 김성근 감독이 2007년 부임한 이래, SK는 절대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4년 연속 정규시즌 6할 이상은 어느 팀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롯데 같은 팀은 팀 창단 후 28년간 단 한번도 정규시즌 6할을 넘은 적이 없다. SK가 조금만 더 분발하면 1985년 삼성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7할 승률팀 탄생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SK를 ‘놔주는’ 경향마저 생기고 있다. 프로야구의 균형발전을 생각하면 다른 팀의 각성이 필요하다.
프로야구처럼 연간 130경기가 넘는 게임을 치르는 리그에서, 당해연도 우승팀 정도를 제외하면 승률 6할은 쉽지 않다. 게다가 리그역사가 수십 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팀들은 통산승률 5할 언저리에 모이게 된다. 표본이 많을수록 이러한 법칙은 거의 진리에 가깝게 되어 있다. 리그에서 가장 우승 많이 했다는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성이 통산승률 0.550 정도로 절대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것도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조금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 빙그레·한화와 OB·두산이 통산승률 0.490에서 0.510 정도에 있듯이, 100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팀은 5할을 중심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쌍방울도 통산승률이 0.410이다.
따라서 리그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수위팀이 0.550 정도에서 견제 받고, 최하위권 팀도 0.400 정도는 넘는 것이 이상적이다. 아무리 리빌딩도 중요하지만 승률이 4할 이하로 떨어지면 성장동력마저 상실한 채 표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승률 4할 이하는 시즌 내내 응원하는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당해연도 팬들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야구 관계자들이 사석에서 “SK야구는 로망이 없다. 선수는 없고 감독만 있다. 김성근 감독은 평생 선수를 믿어 본적이 없다. 프런트 입장을 무시한다. 이겨도 선수단이 행복을 못 느낀다. 자기를 위해 모두를 희생시킨다”라고 주장한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에는 수긍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나 질투도 2007년이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 이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어느 팀이던 SK를 제어하고 난 뒤에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4년 연속 제압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만 한다.
SK가 양키스나 요미우리 그리고 과거의 삼성처럼 선수를 독점한 것도 아니고, 매년 전력이 보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승률 6할 이상을 달성한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팀과 수준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누구나 느끼는 바이지만, SK선수들의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살기의 기운’마저 감돈다. 결국 이러한 수준차이와 분위기 그리고 기술적 완성도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냐는 점이 주된 화두가 되어야 한다.
후반기마저 이대로 진행된다면, 어느 팀이 SK와 대적할 수 있겠는가. 만일 한국시리즈에서 밑에서 올라온 팀이 우승하더라도, 진정한 챔피언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프로야구에서 팀의 역량과 성과는 정규시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SK에게 정규리그 수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승률 7할마저 내준다면, SK와 김성근야구는 ‘야구 바이블’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두렵고 치욕이라 생각되면 정면으로 맞서야 된다.
3분의 1밖에 남지 않은 후반기 시즌. 행여나 전략적으로 SK는 ‘놔주고’ 다른 팀을 잡아 연명하고자 한다면 ‘잔꾀’에 다름 아니다. 후반기시즌 팬들은 다른 팀들이 SK와 어떻게 승부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