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도 횡성 청우골프장에서 열린 볼빅 라일앤스콧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무명의 선수가 눈에 띄었다. 올해 프로 3년차가 된 박시현(22)이다.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인 유망주도 아니었고, 풀시드를 받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대회에 출전하면 3일 경기를 하는 날보다 이틀만 경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더 많았다. 3년 간 투어 생활을 했지만 지난 5월 두산매치플레이에서 33위 오른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상금으로 번 돈이라고 해봐야 1000만원도 안 된다. 올해 상금순위는 97위다.
예선탈락을 밥 먹듯 하던 박시현이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공동 24위다.
평범한 성적이지만 박시현에게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공식대회에서 거둔 첫 언더파 성적이다. 2008년 4월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77타로 데뷔한 이래 무려 54라운드 만이다.
‘어쩌다 한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시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 주세요. 이젠 언더파 많이 칠거예요.”
그는 2008년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드레서를 받았다. 실력보다 외모에서 먼저 인정받은 케이스. 175cm의 늘씬한 키가 매력이다.
박시현의 꿈은 소박하다.
“정규투어에서 거둔 첫 언더파 성적이예요. 정말 잘해서 톱10에 들고 싶어요.”
우승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은 박시현에게 이날은 가장 의미 있는 날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