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야하게! 더 독하게!…방송홍보도 막장시대?

입력 2010-08-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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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살짝 내려간 것을 두고 속옷이 벗겨졌다고 부풀려 홍보했다 물의를 빚은 ‘플레이걸즈 스쿨’(왼쪽 사진)과 조작한 화면을 홍보에 이용한 ‘슈퍼스타K 시즌2’의 한 장면.

케이블 ‘리지 노출-장동민 전업’ 등
시청률 올리기 짜깁기 편집 도넘어
뻥튀기에 스타 사생활 침해 무리수

‘000이 사귄 남자 연예인은 누구? 오늘 밤 대공개!’

지상파TV와 케이블TV의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이 경쟁적으로 벌이는 이른바 ‘묻지마 홍보’가 요즘 잇따라 물의를 빚고 있다.

방송을 앞두고 그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하거나, 출연자의 화제성 발언을 미리 공개하는 홍보 전략은 이제 일반적이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촬영 도중 벌어진 해프닝을 지나치게 과장하는가 하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황도 조작하는 등 ‘관심만 끌면 그만’이라는 식의 막장 홍보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장 홍보의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말썽이 된 애프터스쿨의 멤버 리지의 노출 해프닝. MBC 에브리원은 ‘플레이걸즈 스쿨’에 출연한 애프터스쿨의 리지가 바나나 보트를 타다 속옷이 벗겨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홍보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애프터스쿨 소속사인 플레디스는 “물에 빠질 때 옷이 살짝 내려간 것을 너무 부풀려 홍보했다”며 반발을 했고, 곧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플레디스는 특히 19살로 미성년자인 리지를 선정적인 이슈의 당사자로 이용해 본인에게 큰 상처를 준 점을 지적했다.

과장을 넘어 아예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으로 케이블TV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 시즌2’가 있다. ‘슈퍼스타K 시즌 2’의 예고편에는 장동민이 개그맨을 포기하고 가수로 나서기 위해 오디션을 지원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 예고편은 장동민이 촬영장을 응원차 방문해서 출연진과 이야기를 나눈 장면들을 짜깁기로 편집한 것. 뒤늦게 온라인에서 자신이 화제가 되는 걸 안 장동민은 상황을 조작한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방송 내용을 과장하거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경우는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도 발생한다. 7월12일 tvN ‘Enews’는 여성 폭행으로 논란이 된 최철호 미공개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홍보를 했다가, 방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를 취소했다. 미공개 영상의 내용이 그동안 뉴스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KBS JOY ‘연예매거진 엔터테이너스’에서는 연기자 서우와 이시영의 성형 견적을 비교한다고 했다가 소속 기획사측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해당 아이템을 취소했다.

한 케이블TV 홍보 담당자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방송 전에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시청률이 상승한다. 그런 면에서 과도한 노이즈 마케팅과 적절한 홍보의 선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런 ‘막장 홍보’는 이제 케이블TV를 넘어 지상파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인기 시간대에 편성하면서 SBS ‘강심장’이나 MBC ‘세바퀴’, KBS 2TV ‘스타골든벨-1학년 1반’ ‘해피투게더3’ 등은 방송을 앞두고 출연자의 발언 가운데 자극적인 것만 골라 홍보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저마다 노출, 성형, 스폰서 제안 등 이른바 ‘독한 아이템’을 경쟁적으로 강조한다.

한 연예 관계자는 “일단 홍보부터 하고 보자는 태도는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며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는 홍보는 자제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출처|TV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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