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16일, 2011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LG가 2라운드(전체 15순위)에 지명한 이영재(18·천안북일고·사진)의 외삼촌은 ‘한국프로야구의 전설’ 송진우(44·요미우리 코치연수)다. 좌완에, 서클체인지업이 주무기라는 점까지 닮았다. “저는 슬라이더보다 이상하게 서클체인지업이 더 쉽더라고요.” 제구가 쉽지 않은 서클체인지업은 익히기 어려운 구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체인지업의 유전자’를 타고 난 이영재는 ‘체인지업의 영재’다.
야구가족이라는 후광이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만은 아니었다. 못하면 “외삼촌은 잘하는데….”, 잘하면 “외삼촌 덕이겠지…”라는 얘기가 귓전을 맴돌았다. “제가 실력으로 일어서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남다른 첫해 각오. 외삼촌의 최다승(210승), 최다이닝(3003이닝), 최다탈삼진(2048개) 등은 “감히 지금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외삼촌을 넘어설 수 있는 타이틀도 있다. 바로 일생 단 한번의 기회뿐인 신인왕. 송진우는 1989년 데뷔 첫해 9승10패9세이브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은 박정현(당시 태평양)에게 돌아갔다. 그래서 이영재는 “외삼촌도 못 이룬 신인왕의 꿈, 그것이 목표”라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신인지명회의에서 두드러진 스포츠 가족은 비단 이영재-송진우 뿐만이 아니다. KIA가 1라운드(전체 8순위)에 지명한 한승혁(17·덕수고)은 전 대한항공 감독 출신의 배구스타 한장석 씨의 아들. 두산이 10라운드(전체 73순위)에 지명한 양현(18·대전고)과 한화투수 양훈(24)도 친형제 사이로 화제를 모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