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파행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는 큰 오점을 남겼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1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 직전, 긴급 단장회의를 소집했다. LG 이영환 단장은 드래프트 대상 선수들의 사전 메디컬체크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단장을 제외한 7개 구단 단장들은 중지를 모았다. 결론은 “LG가 메디컬체크로 사전접촉을 한 선수들을 1라운드에서 지명하지 않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다시 회의테이블에 들어온 이 단장은 이를 거부했다. 7개 구단 단장도 LG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모 구단 단장은 “‘LG의 1라운드 지명권 박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이콧도 불사 하겠다’는 스카우트들의 강경입장도 있었지만, ‘파행을 막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확한 규약도 없어 (LG의 드래프트 배제를) 강제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혼란기일수록 커미셔너 십을 발휘해 ‘일벌백계의 원칙’을 세워야 할 KBO 유영구 총재도, 사건초기부터 뒷짐만 지고 있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LG가 몰고 온 사전접촉 및 사전접촉은폐 파장은 구단 고위층의 공식사과로 마무리됐다. KBO는 재발방지를 위한 규약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인지명회의장에 들어 선 선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그간 복잡했던 심경을 털어놓았다. 메디컬체크의 당사자인 한 선수는 “LG에서 워낙 적극적이어서 (지명을 고려해) 나만 메디컬테스트를 하는 줄 알았다. 구단에서 오라고 하니 그게 잘못된 일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도 “(타 구단이 괘씸죄를 적용해) 나에게 피해가 돌아오면 어쩌나 어젯밤에도 걱정스러웠다”고 두려웠던 순간을 전했다. LG의 ‘반칙과 거짓말’은 한국야구의 질서만 교란시킨 것이 아니었다. 18세 어린 선수들의 가슴에도 커다란 멍 자국이 남았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