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 DB]
정규리그 MVP 차지땐 8관왕 가능성도
‘한국화장품의 실업 신인 김재박(전 현대·LG 감독)은 종합시상에서 전무후무한 7관왕에 올랐다.’ 한국야구사 1977년 약사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 당시 김재박의 수상 내역을 보면 6개(타율 홈런 타점 도루 신인왕 MVP)다. 그래서 6관왕이라고 말을 꺼내면 김 전 감독의 역정을 들을 것이다. “7관왕이라고.” 그럼 나머지 하나는 무얼까? 정답은 3관왕상. 홈런-타점-타율 3관왕을 했다고 상 하나가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이 변칙(?) 7관왕에 어쩌면 더 이상 ‘전무후무’란 수식어가 붙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0년 롯데 이대호가 ‘진정한’ 타격 7관왕에 접근해가고 있어서다.
○역대 사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단일시즌 타격 부문 최다수상은 5관왕이다. 1982년 백인천(MBC·타율 최다안타 득점 장타율 출루율), 1991년 장종훈(빙그레·최다안타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1994년 이종범(해태·타율 최다안타 득점 도루 출루율), 1999년 이승엽(삼성·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출루율)이다. 이 가운데 백인천(1982년 MVP는 OB 박철순)을 제외하면 시즌 MVP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5관왕 중 누구도 타율-타점-홈런에 걸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없다. 이대호가 2006년 타격 3관왕을 이뤄냈지만 손에 쥔 타이틀 숫자는 장타율까지 합쳐 4개였다. 게다가 이대호는 한화 류현진에 밀려서 시즌 MVP마저 놓쳤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일본야구에서 타격 3관왕은 7명이 11차례 이룬 것이 전부다.
가장 최근에 2004년 마쓰나카(소프트뱅크)가 타격 3관왕을 포함해 퍼시픽리그 7개 부문 공격 타이틀에서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67년 칼 야스츠렘스키(보스턴)가 타격 3관왕을 정복한 뒤 후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타이 콥(디트로이트)이 1909년 타격 8관왕을 해냈다지만 ‘데드볼 시대’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다.
○관건은?
이대호는 16일까지 타율(0.367) 홈런(38개) 장타율(0.681) 출루율(0.440) 타격 4개 부문 1위다. 그러나 타격 부문을 양분하던 팀 선배 홍성흔이 15일 KIA전 돌연 부상을 입어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이대호는 홍성흔에 타점은 2개, 득점은 3개, 최다안타는 1개 모자란 2위다. 즉, 추월은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 달성의 최대 난관은 오히려 타율이다. 이미 규정타석을 채운 홍성흔이 0.356으로 고정됐기에 이대호가 향후 얼마나 유지를 해내느냐가 갈림길이다. 여기서 이대호가 끝내기를 잘 해낸다면 류현진과 초경합중인 MVP까지, 명실상부한 8관왕의 길이 열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