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를 찾습니다, 스마트폰 업계 '발 동동'

입력 2010-08-30 18: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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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총체적 난항…''기획자 귀한 줄 알아야..''
"아 어디 쓸만한 기획자 없나요? 스마트폰 용으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려고 하는데, 기획자가 완전히 씨가 말랐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업체에서 빼 오고 싶을 정도에요."

최근 국내 IT 업계는 기획자를 못 구해서 난리가 났다. 스마트폰 용 열풍에 맞추어 새로운 오픈마켓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부쩍 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응할 기획자의 수가 턱없이 모자른 것. 이는 모바일의 특수성에 맞춘 '특화된' 스킬을 갖춘 기획자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각각의 기업들이 숨기기에 들어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기획자의 특수성, 대체인력 없어>

스마트폰의 콘텐츠 기획은 특수하다. 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의 경우 비교적 PC나 콘솔 등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경력자들로 쉽게 대체가 되지만 기획자는 그렇지 않다.

우선 스마트폰 콘텐츠 기획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 제작의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처음 시나리오 구성 및 컨셉부터, 마무리, 수치, 밸런스, QA까지 전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스마트폰 개발은 최대 몇 년씩 걸리는 온라인 게임과 달리 길어도 6개월 안에 결판이 나는 단기간의 작업이다. 따라서 기획자는 짧은 기간 내에 자신의 능력을 집약적으로 펼쳐내야 한다.

이런 문제로 다수의 인력이 속한 팀에서 일정 부분만 다루었던 온라인 파트의 기획자들은 스마트폰 콘텐츠 기획을 하려다가는 혼쭐이 나기 십상이다. 유일한 적임자는 과거에 모바일 WIPI 용 게임이나 WAP용 콘텐츠를 담당했던 기획자들 뿐이지만, 모바일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미 직종을 바꾼 경우가 많다.

<모바일 기획자의 멸종, 그 이유는>

개발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능력없이 막무가내로 기획자를 희망하는 초보 취업 희망자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모바일 기획자를 꿈꾸는 경력자들도 거의 없다. 실제로 게임잡에 들어가보면 전체 구직자 중 모바일 기획자로 지원하는 경우는 5%도 안 된다.

이렇게 모바일 기획자가 없는 이유는 요구하는 스펙에 비해 대우가 높지 않고, 실패했을 때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열악한 개발 환경 때문이다. 또 결과물이 빠르게 나오니 기획자의 감별이 빠른 것도 원인이다. 온라인 분야 처럼 다수의 기획자들이 오랜 기간 머물면서 스킬을 익혀 발전해나가는 경우와는 달리 모바일 분야는 단 번에 실력이 드러나 실력이 없는 경우 바로 퇴출당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젝트 팀은 쉽게 만들어졌다가 쉽게 부서지는 반복성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이 이는 중장기적인 계획없이 밀어부친 경우, 특히 기획자의 역량이 안될 경우 흔히 나오는 현상이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의 부제도 문제>

기획자를 신입으로 뽑아서 육성하려고 하는 업체가 없는 것도 국내 모바일 업계의 문제점이다.

우선 모바일 업계의 환경 상 다수의 기획자가 붙어주기 어렵고, 기획이 흔들리면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것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신입 기획자를 찾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은 더욱 경력자만 요구하게 되고, 이는 신규 인력 육성이나 인력 수급에 치명타를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학교 등 게임 교육 기관들도 문제다. 기획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의 게임학과는 "게임이 잘 나간다던데.."라며 전산과에서 게임과로 변경한 것이 대부분이며, 게임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전산과 교수들이 알음알음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학생들을 배출하는 곳이 많다.

국내 유수의 모바일 게임업체의 한 관계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기획"이라며 "모바일 업계에서 이제 정말 기획자 귀한줄 알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3~4명이 뜻을 모아 어플리케이션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망한다. 왜냐면 전문적이지 않은 기획자가 붙어서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라며 "꾸준한 기획 인력 양성이나 육성없이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하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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