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의 전설 재일교포 장훈 씨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LG전에 앞서 힘차게 시구하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SK 전준호(41) 코치는 1995년 슈퍼게임에서 장훈 씨가 한 말을 전한 적이 있다. “내가 여러 차례 타격왕에 오른 이유는 홈런과 안타가 아니라, 1·2루간 기습번트 덕이다.”
통산 3085안타(일본프로야구최다) 504홈런에 가려진 그의 기록 중 하나는 통산 319도루다. 장훈 씨는 강타자임과 동시에 빠른 주자이기도 했다. 내야안타도 많았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선수시절 장훈 씨로부터 2루 쪽 기습번트를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당시 OB는 장훈 씨를 초청해 선진기술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프로야구 초창기라 기습번트는 3루 쪽으로만 대는 줄 알았던 시절.
박 감독은 “아예 2루 쪽으로 대는 개념이 없었다. 1루와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장훈 씨로부터 2루 쪽 기습번트를 전수받은 OB는 이를 실전에서 요긴하게 써먹었다. 이후 다른 팀에게도 비기가 퍼졌다. 결국 한국프로야구에 2루 쪽 기습번트를 전파한 장본인이 장훈씨였던 셈.
7회초 넥센의 선두타자 김민우는 1·2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LG 투수 이동현이 더듬으며 내야안타. 하지만 장훈 씨는 아쉽게도 경기장을 떠난 상황이었다. 만약 그 장면을 봤다면, 장훈 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