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가 10년 전인 2000년 경남고 유니폼을 입고 투수로 활약하던 모습이다. 현재에 비하면 날렵한(?) 몸매다. 이대호는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추신수 등과 함께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6년 만에 정상에 올랐고, 당시 안산공고 김광현(왼쪽에서 2번째)은 4승을 거두며 MVP로 선정됐다. 스포츠동아 DB
바로 청소년국가대표팀(청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2000년 대표팀에 발탁된 추신수 김태균은 각각 메이저리그와 일본리그에서 걸출한 스타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2006년 대표팀 출신 양현종 김광현 임태훈 이용찬 이재곤 등이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국가대표팀 탈락자 가운데 1군에서 주전선수로 뛰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도 많았다. 지난 11년(2000∼2010)간 배출된 청소년대표선수들의 명단을 토대로 ‘청소년국가대표팀과 프로야구간의 숨어있는 이야기’를 살펴봤다.○청대는 역시 선수발굴의 산실
롯데 이대호가 10년 전인 2000년 경남고 유니폼을 입고 투수로 활약하던 모습이다. 현재에 비하면 날렵한(?) 몸매다. 이대호는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추신수 등과 함께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왼쪽 사진)2006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6년 만에 정상에 올랐고, 당시 안산공고 김광현(왼쪽에서 2번째)은 4승을 거두며 MVP로 선정됐다. 스포츠동아 DB
▶▶▶될성부른 청대 출신 스타들
2000년 이대호 추신수 김태균 3인방
류현진·김광현 두 괴물도 엘리트코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지난 11년간 발굴된 청소년국가대표팀 선수들이 한국프로야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2000년 캐나다에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추신수 정근우(이상 부산), 이대호(경남), 김태균(북일)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들은 의기투합해 강호 미국을 누르고 6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고, 미래 한국국가대표팀 유니폼(베이징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입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현재 최고의 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대호 추신수가 고등학교 때만 해도 투수로서 명성을 떨쳤다는 점. 물론 그때도 타자로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지만 이대호는 타자가 아닌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을 정도로 위력적인 볼을 가지고 있었다.
2006년 청소년국가대표 멤버들도 최근 프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김광현(안산공)은 2006년뿐만 아니라 2학년이었던 2005년 한기주(동성)와 원투펀치를 이뤄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그때부터 빠른 볼을 가진 좌완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이에 반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양현종(동성), 임태훈(서울) 등이 프로입단 후 성장해 팀의 주축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롯데의 무너진 마운드를 일으켜 세운 이재곤(경남) 역시 이때 멤버다.
이 밖에도 2005년 류현진(동산) 손영민(청주기공) 강정호(광주일) 김현수(신일) 민병헌(덕수정보산업), 2007년 안치홍(서울) 김선빈(화순), 2008년 오지환(경기) 김상수(경북) 정수빈(유신), 2009년 문성현(충암) 안승민(공주) 등이 청소년대표팀선수로 발탁된 후 프로에 발을 들여놓았다.
2005 청대 출신 류현진. 스포츠동아DB
▶▶▶청대 탈락 대기만성 스타들
장원준 윤석민 황재균 등 한때 설움
입단 후 뒤늦게 폭발…팀 주전 우뚝
○대표팀 탈락선수들이 현 프로구단 주전
청소년국가대표팀도 엔트리가 20명 안팎으로 한정돼 있다. 즉, 당시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탈락자들이 현 프로구단에서 주전으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청소년국가대표팀 탈락자는 김강민(SK), 최준석(두산), 장기영 손승락(이상 넥센) 등이었다. 이들은 프로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빛을 못 보다가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의 주전을 꿰찬 대기만성형 선수들이다.
2001년에는 오히려 대표팀보다 탈락자명단에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윤길현 고효준(SK), 권혁 조동찬 안지만 최형우 장원삼(삼성), 김태완 송광민(한화), 이현승 고영민(두산) 등이 그 주인공들.
2003년에는 장원준 전준우(이상 롯데), 최진행(한화), 정우람(SK)이 고배를 마셨고, 2004년, 2005년 역시 곽정철, 윤석민(이상 KIA), 조정훈 황재균(롯데) 이원석(두산), 금민철(넥센), 유원상 양훈(한화) 차우찬(삼성) 등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이후에도 수는 줄었지만 고원준 강윤구 김성현 김민성(이상 넥센), 손아섭(롯데), 홍상삼(두산) 등이 탈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설움(?)을 딛고 프로구단에 지명돼 1군에서 뛰고 있다.
○청대가 절대적인 기준은 No!
이와 같이 청소년대표팀 이력이 프로구단에 입단할 때 하나의 지표는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 실제 류현진은 2006년 유원상(1차 지명)보다 적은 계약금 2억5000만원에 2차 지명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2005년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던 김현수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전도유망했지만 지명 자체를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지난 11년 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입단한 청대 출신 선수는 2005년 프로야구 신인 역대 최고 계약금(10억원)으로 KIA에 입단한 한기주나 SK에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한 좌완 김광현, 올해 7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유창식 정도다.
한 구단의 스카우트 팀장은 “예전만 해도 청소년국가대표팀에는 야구를 정말 잘 하는 선수들만 뽑혔고 이 타이틀이 스카우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대표팀 선정에 있어 기록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만약 4할대를 치는 타자라고 해도 상대투수가 누구였느냐, 타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기록 아닌가. 결국 ‘청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보다는 타율이 2할대라도 가지고 있는 타격기술이라든지 신체조건, 발전성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