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U-20 대표팀에 이어 U-17 대표팀까지 FIFA 주관 대회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다. U-17 대표팀 스트라이커 여민지.
①즐기면서 축구 ‘개인기 짱’
②소수 최정예 … 상비군 체제 강화
③절대강자 없어 월드컵 우승도 가능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청소년대표팀이 2010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2회 연속 8강에 올랐다. ②소수 최정예 … 상비군 체제 강화
③절대강자 없어 월드컵 우승도 가능
한국은 9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스카버러 드와이트 요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예선 2차전에서 전반 27분 김나리(현대정보과학고), 40분 여민지(함안대산고), 후반 31분 김다혜(현대정보과학고), 45분 이유나(강일여고)의 연속 골로 멕시코를 4-1로 격파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한국(7득점-2실점)은 역시 2승을 거둔 독일(19득점-1실점)에 골득실차에서 뒤졌지만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남은 독일전(13일) 결과와 관계없이 8강에 올랐다.
불과 한 달 전 U-20여자대표팀이 세계 3위에 오른데 이은 쾌거다. 여자축구가 강한 비결을 살펴본다.
○ 탄탄한 기본기
U-20 대표팀처럼 이번 17세 대표팀도 본인이 스스로 축구 인생을 선택했다. 역도, 육상 등 타 종목에서 전향하는 일도 드물었다. 어릴 적부터 교육을 받고, 해외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으니 예전과 차이가 있다. 국제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때마다 반복돼온 ‘기본기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FIFA 주관 대회에서 2회 연속 8강 이상을 올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윤종석 SBS스포츠 해설위원(서울 동명초 감독)은 “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이 2000년대 초반까지 운동했던 선배들에 비해 훨씬 향상됐다. ‘부족한 개인기’ 때문에 나쁜 성과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체력을 끌어올리고 경험만 쌓으면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이룰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체계적인 시스템
남자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풀뿌리 육성을 위해 팀 창단이 시급한 마당에 초등학교 팀과 대학 팀들은 오히려 하나 둘씩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협회 차원만 본다면 투자의 강도는 높아지고 있다. 대표팀 상비군 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 육성 및 관리 체계가 정착되고 있다. 비록 학교 팀은 아니지만 최정예 멤버들을 엄선해 태극마크의 상징이 된 파주NFC에서 정기적으로 훈련을 시켰다. 여기에 유소년 국제페스티벌에 출전시켜 훈련뿐 아니라 국제 경험을 쌓도록 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U-20 대표팀 코치였던 정성천 협회 전임 지도자는 “대표팀 상비군이 클럽처럼 운영돼 최상의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워낙 선수 층이 얇다보니 발생한 고육지책이지만 오히려 도움이 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 패러다임의 변화
여자는 남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통의 강호’란 수식이 붙을만한 국가들이 여자는 남자에 비해 훨씬 적다. 여자월드컵 우승 가능성이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예상이 나온 까닭이다.
남자는 스페인-브라질-아르헨티나-이탈리아 등 강국들이 즐비해도 여자는 폭이 좁은 편이다. 노르웨이-독일-브라질-중국-북한 등이 강세를 보이긴 했어도 계속 판도가 바뀌었다. 때문에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인식보단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더욱 많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영원한 우승 후보는 없다. 쫓아갈 수 있고, 뒤집을 수 있는 저력이 언제든 발휘될 수 있다. 격차를 좁히고 뚫고 들어갈 여지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