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더분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톰 왓슨은 인상 만큼이나 마음씨도 좋았다. 오전 11시 18분 1번홀에서 출발하기에 앞서 이날 함께 경기에 나설 진행요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만나서 반갑다. 수고해 달라’는 말을 건넸다. 이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한 진행요원은 “너무 기분이 좋다. 평생 손을 씻지 말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정도 거리면 ‘OK’
1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쪽에 떨어뜨렸던 제이 하스는 어프로치 샷으로 핀 50cm 안쪽에 붙이더니 그린 밖에 서 있던 톰 왓슨을 향해 퍼터로 거리를 측정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컨시드’가 아니냐는 표정을 지어 갤러리들의 웃음을 이끌어 냈다. 챔피언 출신다운 여유가 엿보였다.
▲ “중학교 이후 갤러리는 처음이예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PGA 챔피언스 투어는 일반 골프팬은 물론 프로골퍼들에게도 관심이 높았다. K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이인우 프로는 휴식기를 틈타 아버지와 함께 전설들의 갤러리로 나섰다. 이인우는 “갤러리로 골프장을 찾은 건 중학교 때 이후 처음”이라며 멋쩍어했다.
▲ 페어웨이 적중이 우승의 변수
10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 PGA 챔피언스 투어 포스코건설 송도챔피언십 1라운드는 기상 악화로 정상적인 코스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했다. 이는 공이 페어웨이에 떨어질 경우 볼을 닦고 한 클럽 이내에서 다시 플레이하는 규정이다. 공이 벙커 등의 해저드에 빠졌을 경우만 제외하고는 모두 이 규정을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 긴 코스 공략이 관건
대회가 열린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스는 파72, 7087야드로 세팅이 됐다. 700야드 이상은 국내에서 열리는 정규투어 코스와 맞먹는 거리로 국내파 출신의 선수들은 긴 코스에 애를 먹었다. 공동 7위로 경기를 끝낸 박남신은 “챔피언스 투어라고 해서 코스 길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경기하고 보니 상당히 길었다. 1번홀부터 3번 우드로 공략할 정도로 긴 코스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공동선두로 끝낸 제이 돈 브레이크는 “다른 챔피언스 투어와 비교했을 때 전장에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코스가 해수면과 가까운 낮은 지역에 위치해 있고, 페어웨이가 소프트하면서 바람과 비의 영향 때문에 평소 플레이했던 코스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송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