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어머니 전재향씨가 말하는 “내아들 김광현”

입력 2010-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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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의 성장앨범. 어머니 전재향 씨가 말하듯, ‘명품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뭔가 달라도 달랐다. 어린 나이에도 의젓한 자세로 동생들과 포즈를 취한 김광현(맨 위 오른족). 그는 덕성초등학교와 안산 중앙중 시절부터 스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왼쪽·아래 사진)

“야구하겠다던 다섯살 네가 어느새… 늘 고마운 명품아들, 사랑한다!”
추석 그라운드 지키는 김광현
그 아들에 띄우는 어머니의 편지


큰 아들은 이번 추석에도 집에 못 들어온다. ‘이제 광현이는 SK 아들’이라고 생각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이 어디그런가. 아무리 아들이 ‘대한민국 에이스’여서 특급 호텔에서 자고, 일급 요리만 먹어도 집에서 못 재우고 집 밥을 못 먹이니안타깝기만 하다.

김광현이 가족과 보낸 마지막 추석은 2007년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중요한 투수가 아니었으니까 추석 전날 집을 찾아 딱 하룻밤을 보낸 뒤 팀에 합류했다. 그 이후 광현이가 명절에도 집에 못 오는 것은 그만큼 큰 투수가 됐다는 반증이리라. 그러나 부모님은 단 하루도 아들 걱정에 마
음을 못 놓는단다. 광현이가 던지는 날이아니어도 SK 성적이 신경 쓰인다. 광현이가 요즘 들어 쭉 잘 던지고도 승리를 못 챙기지만 ‘SK가 이겼는가’부터 본다. 같이하는 운동이니까 그 안에서 아들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어느새 터득한 것이다.

추석을 앞둔 17일 저녁, 아버지 김인갑 씨와 어머니 전재향 씨는 여느 때처럼 경기도 안산의 주공떡집에서 일하고 있는 와중에 전화를 받았다. 대목인 추석 직전이라 평소보다 더 바빠 식사할 시간조차 없는 듯했다. “밤 10시까지 일해야 된다”고 했다. 이렇게 바빠도 큰 아들 광현이
를 염려하는 마음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전날 밤 꼭꼭 눌러 쓴 아들을 향한 추석 편지를 어머니는 ‘스포츠동아’에 전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광현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 광현아, 이렇게 지면으로 너에게 편지를 쓰게 되는구나. 네가 유치원에 다니던 다섯 살의 생일날이 떠오르네. 동네 놀이터에서 플라스틱 방망이와 테니스공으로 아빠와 야구를 하며 “내 꿈은 프로야구 선수”라고 했던 어린 아이였던 네가 벌써 프로 4년차가 됐으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구나.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면 ‘아들 파이팅’이라는 짤막한 한마디만 문자로 남기는 멋없는 엄마지만 늘 우리 아들한테 기특하고 고맙게 생각해. 아직도 엄마, 아빠는 광현이가 마냥 어리게만 느껴지는구나. 선발 나올 때면 늘 긴장하고 맛 나는 음식이라도 먹으면 ‘이거 우리 큰 아들이 좋아하는데’라고 생각하곤 해.

그래도 너를 옆에서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기만 해. 천성이 밝은 우리 아들 광현아, 동네 어느 어른이 엄마보고 “TV에서 광현이 얼굴만 나와도 기분이 좋아져”하시면서 밝게 웃으시더라.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단다. 여러분들이 너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뿐이야. 너 역시 프로라는 생각으로, 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항상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지켜주었으면 바란다.

이번 추석에도 경기가 있으니 집에 못 들어오겠네. 아들이 집에 못 와도 가족들이 항상 너를 기특하게 생각한다는 건 알지? 동생들, 가족들 선물 미리 챙겨줘서 고맙구나. 이번 시즌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원한다. 항상 몸 건강하길 빈다. 엄마가.

PS(추신).

그리고 광현아, 이건 아마 너도 모를 이야기 같은데 고백하나 하자면 네가 수도권에서 등판하면 꼭 야구장에 가서 보는 건 너도 잘 알지? 너 부담 될까봐 가급적 연락도 아끼고, 끝날 때 잠깐 마주치는 정도였잖아? 있는 듯 없는 듯 아빠랑 조용히 보고 갔었지. 그런데 팬들과 함께 “김광현!” “김광현!”을 힘차게 외친 적이 있었단다. 네가 노히트노런을 눈앞에 뒀던 문학경기(6월10일 삼성전)였어. 9회가 되니까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되더라고. 그런데 9회 2아웃 후 네가 안타를 맞고 결국 강판됐잖아. 그 다음부터는 다시는 야구장에서 소리 내서 응원하지 않으려고 해. 물론 지키지 못할 다짐일 수 있겠지만.

여자아이 마냥 치마 저고리를 입은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김광현.




□ 어머니가 보는 김광현
“행동으로 말하는 큰 아들, 나쁜 일도 빨리 털어버리죠”

광현이는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엄마, 아빠 성격도 그런데 그 점은 꼭 닮았다.
세세하게 말로 하지 않아도 가족들 생각하는 책임감이 남다른 아이다. “가족들 생각하면 야구 잘 해야 된다”고 마음먹는 아이니까.

그래도 가족인데 수술 받고 시작한 올시즌 앞두고 어떻게 걱정이 안 됐겠나? 그래도 내색 안했다. 광현이 성격이 자고 일어나면 어제 일은 다 잊어버리니까.

가끔 ‘광현이네 가게냐?’고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계신다. 여성 팬, 여학생들도 많다. 이런 분들한테 떡이라도 쥐어 보내드려야 될 텐데. 아이가 셋인데 광현이가 나하고 둘이 있을 때만 부르는 게 있다. “우리 명품 아들.” 지금 바람은 ‘명품아들’에게 엄마가 따뜻한 밥, 한번 지어줬으면 하는 것 뿐이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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