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롯데의 ‘창’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막강하다. 그래서 ‘방패’의 힘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른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의 중책은 두산 히메네스(왼쪽)와 롯데 송승준이 맡았다. 7월 18일 맞대결에서 명승부를 펼쳤던 두 투수이기에 양 감독의 기대가 더 크다.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 1차전 양팀 선발은 두산 용병 히메네스와 롯데 토종 송승준. 두 우완투수의 어깨가 그 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완투승과 완투패로 희비 갈린 맞대결
히메네스는 올시즌 롯데전 두 게임에 등판, 1승1패 방어율 4.91을 기록했다. 14.2이닝을 던져 9실점(8자책점)을 했다. 송승준은 두산전에 세 번 나서 1승2패 방어율 4.29를 마크했다. 21이닝을 던져 10실점(10자책점)을 허용했다. 두 투수는 올 시즌 나란히 14승씩 기록했다. 상대 게임수가 적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지만 시즌 방어율과 비교했을 때 히메네스(3.32)는 롯데에 상대적으로 약했고, 송승준(4.39)은 미세하지만 두산전에 평소보다 잘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둘의 맞대결은 7월 18일 딱 한번 있었다. 히메네스는 당시 9이닝 4안타 2볼넷 1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올시즌 27경기에 나선 그의 유일한 완투 게임이었다. 송승준도 잘 던졌다. 8이닝 동안 4안타(1홈런) 4볼넷을 내주고 3실점(3자책점)을 기록하며 완투패를 당했다. 송승준 역시 그날 게임이 올시즌 유일한 완투였다.
○상대 간판 타자와의 승부는?
히메네스는 상대 간판 이대호에게 6타수 2안타를 허용했다. 2안타 중 하나는 홈런이었다. 볼넷도 2개를 내줬다. 홍성흔은 히메네스를 상대로 8타수 3안타. 조성환은 4타수 2안타를 때렸다. 가르시아 역시 4타수 2안타. 히메네스가 롯데 중심타선을 압도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상대 테이블 세터인 김주찬(7타수 1안타), 손아섭(6타수 무안타)은 철저히 봉쇄했다.
송승준은 반대로 테이블세터에는 약했고, 중심타선에는 대체적으로 강했다. 1,2번 타순이 유력한 이종욱(7타수 3안타), 고영민(4타수 2안타)에게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김현수(8타수 1안타), 김동주(9타수 2안타)에게는 우위를 보였다. 다만 최준석에게 8타수 3안타로 약했다.
○히메네스의 싱커 VS 송승준의 포크볼
두 투수 모두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에 제구력, 수준급의 게임운용 능력을 갖췄다. 14승은 쉽게 딸 수 있는 승수가 아니다. 묵직한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갖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결정구는 싱커와 포크볼로 다르다. 히메네스는 오른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150km에 가까운 하드 싱커가 주무기. 제구까지 밑바탕이 되는 날이면 ‘언터처블’이 된다. 7월 18일 완투승 때 하드 싱커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돌직구’로 불리는 강력한 직구를 뿌리는 송승준은 볼카운트를 잡을 때 흔히 직구를 구사하지만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카운트가 몰릴 때 던지는 ‘킬러 콘텐츠’는 포크볼이다. 포크볼이 파울이 되면 곧바로 빠른 직구로 타자를 현혹시킨다.
○과연 컨디션은?
풀타임 선발로 치르는 첫 선발이라 그런지 히메네스는 후반기 7경기에서 2승2패를 기록하는 등 시즌 막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어깨 근육이 뭉쳐 21일만에 나선 지난 22일, 마지막 정규시즌 등판(잠실 SK전)에서 2.2이닝 3실점을 했다. 유연한 팔스윙에서 뿜어나오는 위력적인 구위를 되살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반면 송승준은 최근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는 등 후반기에만 9경기에 나가 6승을 챙겼다. 준PO를 앞둔 시험등판이었던 24일 사직 삼성전에서도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문제는 편도선염으로 인한 고열로 고생하고 있다는 점. “성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님은 분명하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1차전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