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은 비어있었다. 이건 그가 이 경기의 운명을 짊어지라는 명백한 정황증거였다.
1-0으로 앞선 7회 1사 2·3루.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4번째 투수로 사이드암 임경완(사진)을 호출했다. 기다렸다는 듯 두산 김경문 감독은 고영민을 빼고 좌타자 이성열로 대응했다. 이성열은 볼카운트 2-0에서 투수 강습타구를 쳤다. 임경완의 글러브로 빨려들 듯한 타구는 야속하게도 튀어나갔고, 강습안타로 둔갑했다. 1-1, 그리고 1사 1·3루. 게다가 두산 타자는 김현수와 김동주. 1차전 승리 후 3연패를 당했던 작년의 악몽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임경완은 김현수를 1루 땅볼, 김동주를 삼진으로 잡고 기어코 생존해서 덕아웃으로 귀환했다. 롯데가 버텨내자 기세에서 두산이 몰렸다.
마무리가 부재한 롯데는 1차전 김사율이 그랬듯 2차전 임경완을 연장 10회까지 밀어붙였다. 연장 10회초 이대호의 3점홈런이 터져 나왔고, 10회말 임경완은 3자범퇴로 4-1 승리를 쟁취했다. 작년 준플레이오프 세이브에 이어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승리, 롯데에도 가을사나이가 생겼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