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경기에서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1, 2루서 롯데 이대호가 좌중월 3점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팬들에게 손가락을 지켜세우며 답하고 있다.
호수비에 결승스리런까지 ‘쾅’
“아파 죽겠심더,그래도 뜁니더”만약 롯데의 승리로 이번 시리즈가 끝난다면 ‘카운터 펀치’는 바로 이 홈런 한방이었다.
롯데 이대호(28), 그의 방망이가 결국 폭발했다. 연장 10회 1사 1·2루. 극적인 3점홈런. 1사 2루서 3번 조성환에게 고의4구 지시가 떨어질 만큼, 이대호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페넌트레이스라면 당연히 결장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 극한에서 터져나온 홈런이었고,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대·호’였다.
○죽겠심더. 정말로 미치겠심더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3일간 반깁스를 할 정도로 그의 오른쪽 발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근육이 풀리는 링거주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 없는 롯데’는 상상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3루수 수비까지 맡아야 하는 최악 조건에서도 뛰었다.
1차전이 끝나고 덕아웃을 빠져나가는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스파이크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으며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했다. 절뚝거리는 모습에 말 붙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죽겠심더. 정말로 미치겠심더”라는 짧은 말로 견디기 힘든 통증을 호소했다. “내일 뛸 수 있을지, 없을지 지켜봐야겠다”고도 했다.
○그대로 앉아 있을 수 없다
날이 바뀌고 2차전.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안 괜찮아도 앉아있을 수 없는 거 알지 않느냐”며 묵묵히 배트를 챙겼다. 토스 배팅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평소보다 더 커보이면서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이대호였다. 수비면 수비, 방망이면 방망이. 1차전에서 잇달아 호수비를 펼쳤던 이대호는 2차전에서도 3회 김동주의 강습타구를 원바운드 처리하며 능숙한 핸들링을 보여주더니, 연장 10회말 선두타자 이원석의 2루타성 땅볼 타구도 슬라이딩 캐치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한국프로야구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 그리고 아내 신혜정 씨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결혼 1년차 ‘행복한 남자’의 2010년 시즌. 올 페넌트레이스가 그의 야구 인생에 또 다른 획을 긋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면, 이번 포스트시즌은 그의 꿈을 향해가는 또 다른 ‘의미 있는 도전’이 되고 있다. 그의 꿈은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