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많아진 도루
빠른 발 두 팀 1차전 합쳐 고작 1개위기의 두산, 잇단 도루 시도·성공
기동력 야구 잔여게임 새로운 변수막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롯데, 양팀의 준플레이오프 운명을 좌우할 ‘세밀한 포인트’로 예상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루였다. 한 때 ‘육상부’로 불렸던 두산이나, 올시즌 65도루를 성공한 김주찬이 포진한 롯데 모두 ‘기회가 닿으면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1차전 양팀 선발 라인업 중 도루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6명이었다. 두산은 이종욱 고영민 임재철, 롯데엔 김주찬 황재균 전준우. 그러나 뜻밖에도 1차전에서 유일하게 도루를 시도, 성공시킨 선수는 롯데 조성환 뿐이었다. 그러나 3회 그의 도루는 사실상 ‘무관심 도루’나 다름없었다.
2차전에 들어서야 두산이 움직였다. 1회 이종욱이 두산 선수 중 시리즈 첫 도루를 시도, 성공했다. 2차전 선발 라인업에 새로 포함된 오재원은 1회에 이어 5회에 또다시 상대 내야수비를 흔들었다. 조성환도 6회 도루를 시도했지만 횡사했다.
○1차전에서 도루가 적었던 이유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30일 2차전에 앞서 “이대호에게 보내기 번트를 시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전준우 황재균 김주찬 등에 기회가 왔을 때는 상황에 맞게 번트를 대겠다”고 했다. 롯데에서 사실상 뛸 수 있는 세 명 선수 모두 ‘보내기 번트 대상자’인 셈. 실제 로이스터 감독은 1차전에서 세 번 희생번트를 댔는데 두 번이 김주찬, 한 번은 황재균 타석에서였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의 출루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주자에 불리한 그라운드 환경
이 뿐 아니다. 유독 폭염과 집중 호우가 많았던 올시즌, 야구장 그라운드 상태가 예년보다 좋지 않다. 사직구장이나 문학구장 등 천연잔디가 깔려있는 구장은 내외야를 불문하고 잔디 중 듬성듬성한 곳이 보일 정도다. 더구나 잠실은 두산, LG 두 팀이 홈으로 쓴다. 거의 매일 경기가 펼쳐진다. 흙이 깔려 있는 내야 그라운드 상태도 유독 더 나쁘다.
특히 1루 주자가 위치하는 베이스 옆 공간은 거의 ‘폐허수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시즌 막판, 빗속에서 경기 중단과 속개가 반복되면서 땜질로 막았던 게 오히려 더 상태를 악화시켰다. 오재원, 이종욱은 물론 김주찬 역시 “땅이 푹푹 꺼지고 모래가 튈 정도로 주자가 스타트 끊기에 절대 불리하다”고 했다.
○2차전에서 부쩍 많아진 양상은 왜?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포스트시즌에서 느끼는 선수들의 중압감은 평소와 전혀 다르다. ‘목숨의 반’을 내놓고 뛰어야 하는 도루 시도 자체가 쉽지 않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했을 경우 충격은 시즌 때와 차원이 다르다.
1차전에 두산 선수들은 쉽게 도루를 시도하지 못했지만, 2차전은 달랐다. 도박을 걸 듯, ‘벼랑끝’이라는 마음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더욱이 1차전 상대 선발 송승준과 달리 2차전 선발 사도스키는 변화구 비율이 높고, 폼이 크다는 점도 한 몫했다.
2차전을 앞두고 두산 프런트는 선수들 의견을 받아들여 1루쪽 내야 땅을 다지는 ‘응급처치’를 취했다. ‘발야구’에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어 움직인 것이었다. 1차전에 막혔던 양팀, 특히 두산의 발이 움직였다. 잔여게임에서 유심히 지켜봐야할 변수다.
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