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부산지역에서만 알려졌지만, 이제는 전국의 프로야구 팬들에게 유명한 존재가 됐다. 확실한 자기 색깔과 열정. 이성득 해설위원은 이제 한국의 빈 스컬리를 꿈꾼다.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중독성 강한 ‘롯데 편파해설’의 개척자
설익은 플레이 나올땐 날카로운 지적도
“롯데 KS 우승·3000경기 해설 나의 꿈”1750연속경기, 한국프로야구 연속경기 출장 기록인 최태원의 1014경기를 훨씬 뛰어 넘는 숫자. 그리고 메이저리그 기록 칼 립켄 주니어의 2632경기를 넘어 3000경기를 목표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철인.
부산 KNN 이성득(57) 해설위원은 페넌트레이스 133경기 뿐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 경기까지 1998년부터 단 한게임도 빠지지 않고 중계석을 지키고 있다. 1998년 7월 11일 사직 해태와 롯데의 경기. 이성득 위원은 PBS(KNN의 전신) 중계석에서 프로야구 해설가로 데뷔전을 치렀다.
대기록이 시작된 그날, 방송을 듣고 있던 롯데팬들은 물론 PBS 운영진 모두 깜짝 놀랐다. “고마 넘어갔스요.”, “오시다시(밀어치기)로 잘 밀어 쳤죠.”, “우리 롯데 아직 찬스가 있습니다.”, “아! 유격수 고로(땅볼)로 아웃됐습니다.”방송과 어울리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는 그렇다고 쳐도 부산사투리에 온갖 일본 야구용어 그리고 롯데에 9대 1로 치우친 편파해설까지. 당시 방송국에는 “지금 방송국에서 하는 야구중계가 정말 맞습니꺼?”라는 전화가 걸려올 정도였다. 처음에는 ‘방송사고’로까지 여겨졌던 그의 해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더 강해지는 묘한 중독성, 실업과 프로, 프런트와 코치를 지낸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깊이, 일방적으로 롯데를 응원하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날카로운 지적까지. 이성득 위원은 ‘편파 해설의 개척자’로 불리며 부산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던 방송국도 부산지역 청취자를 겨냥한 특화성에 높은 기대를 걸고 그에게 마이크를 계속 맡겼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30일 잠실. 이 위원은 일찌감치 중계석에 자리를 잡고 꼼꼼히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먼저 현재 기록을 물었다. 이 위원은 “1750경기 정도 하고 있습니다”라며 웃었다. 프로에 갓 데뷔한 신인들이 가장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이 바로 장거리 이동이다. 시즌을 치를수록 체력은 바닥나고 집중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이 위원은 롯데의 사직, 잠실, 문학, 광주, 대전, 목동, 대구까지 전국을 돌며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특히 그의 중계는 라디오다. 화면이 없기 때문에 두 배, 세 배 많은 말로 상황을 설명해야한다. 이 위원은 “시즌이 끝나면 저도 전지훈련 간다 아닙니까. 멀리 산에도 가고, 자료수집도 하고. 시즌 중에도 매일 아침 운동을 거르지 않습니다. 하면 할수록 야구 중계는 매력적입니다. 오래 하려면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죠.”
이 위원은 야구명문 경남고와 고려대, 그리고 한일은행에서 뛰며 선수로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그리고 고교시절 타격상을 2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빼어난 타격실력까지. 그러나 프로야구 롯데에 입단한 첫해 뜻하지 않은 무릎부상으로 1년 만에 은퇴를 해야했다. 이후 프런트와 코치로 현장을 떠나지 않았고 해설가로 변신,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산팬들이 TV로 중계를 볼 때 볼륨을 낮추고 대신 라디오를 크게 켜놓을 정도로 인기스타가 됐다. 이미 매 경기가 새로운 기록이지만 그의 꿈은 3000경기 연속 중계, 그리고 ‘그의 팀’ 롯데의 우승이다.
“133경기에 포스트시즌까지, 몇 해 더하면 2000경기는 될 것 같아요. 60년 동안 마이크를 잡은 LA 다저스 빈 스컬리를 따라 잡기는 어렵겠지요. 그러나 3000경기까지는 꼭 하고 싶어요. 그리고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순간 마이크 앞에 있고 싶어요. 팬들이 붙여준 별명 중에 ‘샤우팅’, ‘7옥타브’등이 있는데 그날은 아마 다음날 말을 못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겠죠. 하하하”
인터뷰를 마친 이 위원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해설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플레이가 아쉽거나 부족한 점을 보일 때는 꼭 지적을 합니다. 그래야 더 발전하겠죠. 조금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이 계시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롯데팬입니다. 그래도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칭찬과 함께 따끔한 지적도 꼭 필요합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것이 아닌 ‘정당한 편파’해설의 시작, 그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대기록. 그는 진정한 ‘부산의 목소리’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