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조진호가 김선우·송승준에게] “선우야·승준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선수생활 해라”

입력 2010-10-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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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호 메이저리거 조진호(위)는 그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김선우(아래 왼쪽), 송승준과 함께 빅리거의 꿈을 키우던 때가…. 이제 모두 30대. 그 중에서도 맏형인 조진호는 후배들이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스포츠동아DB

ML서 꿈을 키우며 한솥밥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구나”운명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외나무다리에서 두산 김선우(33)와 롯데 송승준(30)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그런데 이들의 대결을 남다르게 바라보는 이가 있다. 바로 보스턴에서 청운의 꿈을 함께 꾸던 조진호(35)다. 조진호는 1998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자마자 한국인으로는 박찬호에 이어 2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인물.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2002년 국내로 유턴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지난해 삼성에서 방출돼 9월에 허리수술을 받은 뒤 올 초 롯데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으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끝내 유니폼을 벗어야만 했다. 현재 성남고 코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선우야, 승준아

오랜 만이다. 난 지금 성남고에 있다. 3개월 전부터 이곳에 와서 어린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어. 요즘 준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더라. 너희 둘이 있는 팀이라 관심이 더 가기는 하지만 야간훈련이다, 뭐다 해서 사실 준플레이오프를 제대로 지켜보지는 못했어. 그래도 소식은 듣고 있다. 승준이는 편도선염으로 고열에 시달리면서 1차전에 선발등판해 투혼을 발휘했고, 선우도 2차전에 선발로 나가 정말 잘 던졌더라.

선우야, 98년에 우리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잖아. 승준이는 1년 늦게 보스턴에 왔었지? 시즌 중에 선우하고는 트리플A에 있을 때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는데, 승준이는 싱글A부터 시작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는 못했구나. 그래도 우리 스프링캠프에서는 함께 만날 수 있었잖아. 나중에 오철희 안병학 채태인도 보스턴에 오면서 플리리다 포트마이어스 스프링캠프는 한국선수들로 북적댔지. 라커룸에서 함께 한국말로 떠들고 웃고, 운동 끝나면 한국선수들끼리 한식당 찾아가서 밥도 함께 먹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캠프에서 같이 지내다 각자 팀이 정해져 헤어질 땐 왜 그리 허전했는지. 이국땅에서 서로 말동무가 있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됐던 것 같아. 가끔씩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20대의 젊은 날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 함께 꿈을 꾸던 그 시절이….

2002년 너희들은 몬트리올로 트레이드됐고, 나는 SK에 입단하면서 헤어지게 됐잖아. 한국에서도 같이 뛰고 싶었는데 난 이제 유니폼을 벗었다. 작년까지 삼성에 있었지만 내가 주로 경산에서 재활훈련을 하다보니 경기 때도 만나기 어려웠지. 아무튼 너희들이 한국야구에 적응을 잘해 팀 에이스로 멋진 활약을 하고 있어서 형으로서 기분이 좋다.

난 잘 지내고 있다. 어린 후배들 가르치는 재미도 쏠쏠해. 5차전 둘 다 선발 등판한다니 누구를 응원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바람이 있다면 둘 다 아프지 않고 오래 오래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파서 선수생활을 일찍 접다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선우야, 승준아! 둘 다 파이팅이다.

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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