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성배(맨 앞). 스포츠동아DB
2007년부터 2년간 상무 생활을 하면서 서클체인지업과 포크볼을 익혔습니다. 왼손 타자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신무기가 실전에서 잘 통하지 않더랍니다. 복귀 첫 해에 1군과 2군을 다섯 번 왔다갔다 했고,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이는 먹어가고 뜻대로 안 되니까 힘들었어요. 친구들도 다 1군에 있으니 터놓고 얘기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혼자 드라이브 하면서 마음을 풀었어요.” 그래도 좌절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무참히 얻어맞고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갔던 6월에는 진지하게 ‘포기’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 날의 거짓말 같은 승리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끝으로 향해 가던 마음이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 쪽으로 돌아섰어요.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죠.”
플레이오프 엔트리가 발표되던 날, 김성배는 일본에 있었습니다. 젊은 유망주들이 주로 참가하는 미야자키 교육리그. 하지만 그는 자원했습니다. “일본의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요. 다시 미래에 대한 의지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딱 3박 4일을 보내고 다시 짐을 쌌습니다. 5년 만에 첫 승을 따냈던 그가 이번에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게 된 겁니다. “처음 가을잔치에 나갈 때는 긴장 때문에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떨리지는 않네요. 그저 저에 대한 믿음을 차근차근 심어줄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2010년 가을은 김성배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