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기자의 가을이야기] 5년만에 첫승 스물아홉 김성배 찬란한 가을, 새 희망 던집니다

입력 2010-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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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성배(맨 앞). 스포츠동아DB

9월 7일 밤. 두산 김성배(29·사진)는 휴대전화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새로운 문자 메시지가 100통 넘게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한 친구들의 이름은 물론, 예전에 휴대전화를 분실하면서 잃어버렸던 전화번호들까지 줄줄이 보입니다. 그제서야 그 날의 환희가 실감이 났습니다. “집에 가서 그 메시지에 일일이 다 답장을 했어요. 누군지 모르겠으면 누구시냐고 물어보고 감사하다고 했고요. 휴대전화를 한참 동안 붙들고 메시지를 쓰면서도 귀찮은 줄 모르겠던데요.” 김성배가 2005년 9월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를 따낸 날의 이야기입니다. “상대팀은 SK, 상대 선발은 카도쿠라였잖아요. 당연히 마음을 비웠죠. 그런데 어어 하다 경기가 잘 끝났고, 옆에서 5년 만의 승리라고 알려주시는 거예요. 끝나고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어색하면서도 이상하게 좋더라고요.”

2007년부터 2년간 상무 생활을 하면서 서클체인지업과 포크볼을 익혔습니다. 왼손 타자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신무기가 실전에서 잘 통하지 않더랍니다. 복귀 첫 해에 1군과 2군을 다섯 번 왔다갔다 했고,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이는 먹어가고 뜻대로 안 되니까 힘들었어요. 친구들도 다 1군에 있으니 터놓고 얘기할 사람도 없어서, 그냥 혼자 드라이브 하면서 마음을 풀었어요.” 그래도 좌절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무참히 얻어맞고 하루 만에 2군으로 내려갔던 6월에는 진지하게 ‘포기’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 날의 거짓말 같은 승리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끝으로 향해 가던 마음이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 쪽으로 돌아섰어요.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했죠.”

플레이오프 엔트리가 발표되던 날, 김성배는 일본에 있었습니다. 젊은 유망주들이 주로 참가하는 미야자키 교육리그. 하지만 그는 자원했습니다. “일본의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요. 다시 미래에 대한 의지가 생긴 겁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딱 3박 4일을 보내고 다시 짐을 쌌습니다. 5년 만에 첫 승을 따냈던 그가 이번에는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게 된 겁니다. “처음 가을잔치에 나갈 때는 긴장 때문에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였어요. 지금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떨리지는 않네요. 그저 저에 대한 믿음을 차근차근 심어줄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제게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2010년 가을은 김성배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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