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물면 다 아픈 손가락이다. 얄궂게도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서 ‘큰아들’ 조동화(SK)와 ‘작은아들’ 조동찬(삼성)이 격돌했지만
승패를 떠나 두 아들이 모두 선전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다.
형제의 난 이렇게 빨리 올줄이야 누구를 응원했냐고요? 글쎄 허허
2005년·2006년은 차남 동찬(27·삼성)이, 2007년·2008년은 장남 동화(29·SK)가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한국시리즈 최종전에는 항상 아버지 조인국(61) 씨와 어머니 조정숙(51) 씨가 있었다. 남들은 그들을 “행복한 부모”라고 불렀다.하지만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만은 지키지 못했다. 동화-동찬의 작은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둔 날이었기 때문이다. “동생 상을 치르느라…. 그래서 (SK가)졌나 싶기도 해요.” 승리의 수호신인 부모가 없어서인지, 동화도 힘을 쓰지 못했다. 결국 SK는 준우승.
작은아버지는 인천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다. 조카 동화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열일도 제치고 문학구장으로 향했다. “오늘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들들 생각에, 동생에 대한 추억까지…. 아버지는 복잡한 심경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 아들들을 둔 심정은 이전에도 느껴봤지만, 한국시리즈에서의 대결이라 또 달랐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부모는 말을 아꼈다. “누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하면 아들들도, 팀에서도 서운해 하지 않겠어요? 그냥 건강하게만….” 아들들의 말도 엇갈렸다. “동생이 국가대표라서 그런지 요즘 부쩍 동생을 더 챙기세요. 열에 여덟은 동생을 응원하실 것 같아요.(형)”, “형이 집안의 장남이니까 가족만 생각하면 형이 우승해야….(동생)” 하긴 부모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는데 누가 그 속을 헤아리랴.
선수들이 소개됐다. 양 감독이 중앙지정석 쪽을 바라보고 서자, 부모는 다시 한 번 몸을 낮췄다. “감독님들께서 여기 보고 계신 것 같은데…. 인터뷰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만사가 조심스러운 것은 형제도 마찬가지. 형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14일 저녁, 동생의 숙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삼성 쪽에서는 갑작스럽게 전력분석 미팅이 잡혔다. 짧은 마주침을 뒤로하고, 형은 겨울 옷 2벌을 건넸다. “감기 걸리면 안 된다. 넌 국가대표잖아.” 주변 시선 때문에라도 만남이 길어질 수는 없었다. 동생은 “혹 에러(상대타구)를 했을 때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라고 했다.
기뻐도 슬퍼도 내색할 수 없는 이 가족의 가을잔치.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최종전을 부모가 현장에서 지켜보면, 아들이 반드시 우승한다’는 기분 좋은 징크스는 올해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과야 어찌 되든, 이들 부모는 아들의 영원한 우승 수호신이다.문학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