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판은 ‘OK 목장의 결투’

입력 2010-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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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양승호 감독을 선택함에 따라 프로야구 감독들의 인연은 한층 더 얽히는 관계가 됐다. LG 박종훈 감독과 양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삼성 선동열 감독은 고려대 라인이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양승호 감독 계기로 본 그라운드의 인맥-학맥김성근 감독 등 OB출신 감독만 무려 6명
고려대 동문 사령탑도 4명 ‘K대 전성시대’
박종훈-양승호 감독 알고보니 ‘37년지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롯데가 양승호 신임감독을 발탁하면서 프로야구 사령탑들은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로 묶이게 됐다. 그러나 상대를 밟아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숙명의 무대에 마주선 이들은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인간관계를 접어야한다. 2011년 전쟁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1년 선후배 박종훈과 양승호의 37년 인연

박종훈 감독(LG)과 양승호 감독은 1년 선후배 사이다. 무려 37년간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73년 양승호가 신일중에 입학하면서 1년 선배인 박종훈을 만난 것. 신일중부터 시작된 인연은 신일고∼고려대를 거치며 계속됐다. 고려대 78학번인 박종훈은 졸업을 했지만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되면서 프로야구 원년멤버가 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 선수는 프로입단이 1년간 유보됐다. 그래서 실업팀 상업은행에 입단했다. 박종훈은 부상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1년 후인 1983년 OB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런데 1년 후배인 양승호와는 상업은행 입단동기가 됐다. 당시에는 대학 4학년 중 취업반으로 분류된 선수는 실업팀에 입단할 수 있었는데, 양승호는 박종훈과 함께 1982년 상업은행에 입단해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양승호 역시 1983년 해태 지명을 받고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양승호가 1986년 OB로 트레이드되면서 이들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고려대 동문으로 묶인 4개팀 감독

양승호 감독이 끼어들면서 프로야구 8개팀 중 4개팀 사령탑이 고려대 출신으로 묶이게 됐다. 박종훈 감독과 김경문 감독(두산)은 고려대 경영학과 78학번, 양승호 감독은 고려대 사회학과 79학번이다. 그리고 선동열 감독(삼성)도 고려대 경영학과 81학번. 1981년 박종훈 김경문은 4학년이었고, 양승호는 3학년, 선동열은 1학년으로 동고동락했다.

○OB는 감독의 산실? 6명이 OB 출신

또한 8개구단 감독 중 6명이 초창기 OB(현 두산) 출신인 점도 눈길을 모은다. 김성근 감독(SK)은 1982년 프로원년 OB 코치를 시작으로 1984∼88년 감독으로 OB 지휘봉을 잡았다. 1982년에 입단한 조범현 감독(KIA)과 김경문 감독은 당시 포수로 안방을 지켰다. 이듬해인 1983년 박종훈 감독과 한대화 감독(한화)이 OB에 입단했다. 양승호 감독은 1986년 황기선과 함께 OB 한대화와 2대1 트레이드 상대가 됐다. 김시진 감독(넥센)과 선동열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OB 시절 김성근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김성근 감독은 1994∼95년 2년간 해태 2군감독을 지내 선동열 감독과도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김시진 감독을 제외하면 김성근 감독과 그 제자들이 7개구단 사령탑을 맡고 있는 셈이다. 세월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성근 감독이 충암고 감독 시절, 포수는 조범현이었다. 1978년 베네수엘라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사상 최초로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김성근은 대표팀 코치였고, 한대화 양승호가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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