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을 기억하는 게임들,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있다

입력 2010-11-03 19:32:0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과거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나 화려한 전적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에서 문제아가 아니었던 이들이 없고, 군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지 않은 이들이 없다. 노인들 역시 젊었을 때 한 주먹 쓰지 않았던 이들이 없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기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사실 누구에게나 자신의 현재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전성기는 개인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영화, 음악과 같은 문화 콘텐츠들도 지니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사람이고, 이를 소비하는 주체도 사람이니 말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렸을지라도 '그래도 이 게임 옛날에는 대단했지'라는 인식만큼은 확실히 남긴 게임들이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지만 적어도 이 속담은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 속담이다. 오히려 '한 방에 훅 간다'라는 해묵은 유행어가 더 잘 어울리는 것이 게임 시장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라면 최근 시리즈의 종결을 선언한 EA(Electronic Arts)의 실시간 전략 시물레이션 '커맨드앤컨커'(이하 C&C)를 꼽을 수 있다.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에서 1995년에 최초로 출시한 이 게임은 3,500만 장이라는 엄청난 시리즈 누계 판매량을 기록한 게임이다.



1995년에 출시된 C&C: 타이베리안 던에 이어 1996년에 출시된 C&C: 레드 얼럿은 그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함께 PC 게임 시장에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에 웨스트우드가 EA에 합병된 이후로 C&C는 자신의 색을 잃어갔다. 웨스트우드의 핵심 개발진이 대거 이탈하면서 개발력을 잃어버렸음에도 EA는 기존의 C&C 시리즈와 레드얼럿 시리즈 이외에도 제너럴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오히려 과거에 비해 게임을 자주 발매하며 게임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악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C&C 시리즈는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 평단의 평가마저 잃어버리게 됐다. 결국 올해 초에 출시됐던 C&C 트와일라잇이 참담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C&C 시리즈는 과거의 영광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쓸쓸함을 남긴 채 사라졌다.

특정 게임이 완성도가 떨어져 인기를 잃는 것과는 달리, 대중들의 취향이 변함에 따라 쇠퇴기에 접어드는 경우도 있다. PC용 2D 그래픽 어드벤처 장르와 2D 대전액션 장르가 이런 시대의 흐름에 밀려난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2D 그래픽 어드벤처와 2D 대전액션은 각각 90년대 초반부터 PC게임을 즐긴 게이머라면, 90년대 중, 후반에 오락실을 드나들었던 게이머들에게 가장 인기를 장르지만, 최근에는 해당 장르의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장르를 두고 인기 장르라고 하는 이들은 없다.

90년대 초반과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룸, 인디아나 존스, 킹스 퀘스트, 풀 스로틀, 원숭이 섬의 비밀 등의 인기작을 내세우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PC용 2D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들은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성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게이머들이 더 이상 그래픽 어드벤처를 요구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는 수많은 명작으로 인기를 얻던 2D 그래픽 어드벤처 장르의 쇠퇴기를 불러왔다.

2D 대전액션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최근에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장르지만 2D 그래픽 어드벤처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2D 대전액션의 인기가 3D 대전액션으로 넘어갔을 뿐, 대전액션 게임의 인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블레이 블루, 킹오브파이터 12 같은 작품들이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출시되는 작품의 절대적인 수를 생각하면 전성기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2D 대전액션 게임 시장이다. 이렇게 2D 대전액션이 과거의 영광을 잃게 된 것은 기술적인 이유가 크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게임에서 요구하는 해상도도 크게 높아졌으며, 이런 해상도를 만족할 수준의 2D 그래픽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전액션 게임 개발사들은 도트를 일일이 하나하나 찍어야 하는 2D 그래픽 대신에 프로그래밍을 통해 렌더링을 하고, 그렇게 만들어 둔 모델을 폭 넓게 사용할 수 있는 3D 그래픽으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게 됐다. 자연스레 2D 그래픽의 대전 액션은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잃어버린 영광을 찾기 위한 노력, 제2의 전성기를 노린다>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린 채, 향수에 젖어 도태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는 게임들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위닝일레븐 2011(이하 위닝2011)과 스맥다운 대 러 2011(이하 스맥다운 2011)은 그런 게임들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축구 게임의 '본좌'라는 칭송을 듣던 위닝일레븐 시리즈와 대표적인 레슬링 게임이라 손 꼽히던 스맥다운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과거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게임성을 선보였으며, 이에 게이머들은 이들 게임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잃어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위닝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과거에 답보하는 모습을 보여, 경쟁작인 피파 시리즈에 많은 팬들을 빼앗기는 굴욕 아닌 굴욕을 당하기도 했으며, 스맥다운 시리즈는 국내에서 레슬링의 인기가 과거만 못하다는 점과, 게임에 도입되는 새로운 시스템이 계속해서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하며 인지도를 잃어만 갔다.

하지만 최근 이들 작품들은 일신한 게임성을 선보이며 다시 한 번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닝 2011은 드리블 위주의 게임 운영을 탈피해 패스를 강조하는 게임성을 내세우며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스맥다운 2011은 과거의 24/7 모드 대신 새롭게 도입한 WWE 유니버스 모드와 강력한 물리엔진이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게임 업계의 한 전문가는 "올라가는 시기가 있으면 내려오는 시기가 있다는 말은 게임 업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라며, "게임이 현재 잘 나간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계속 잘 될 것이라는 법은 없다. 도태되는 게임은 그대로 잊혀지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까다로운 게이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