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K리그 이적규정 국제화 절실

입력 2010-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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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시장이 열리는 철이 다가오면 선수 에이전트로서 가장 괴로운 것이 K리그와 국제축구 표준 사이의 심각한 괴리다.

K리그라는 ‘로컬 규정’과 ‘선수(권리)보호’라는 에이전트의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심심찮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국제 표준이라면 유럽이다. 선수들을 유럽클럽에 입단시키고 재이적 시키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그곳에선 ‘선수가 원하면 이적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굳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수보호’ 및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FIFA의 의지와도 상통한다.

그러나 K리그에선 이 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A선수가 100만 달러의 이적료에 B구단에 입단했다고 치자.

선수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2년 뒤 A가 타구단으로 이적할 때 이적료는 얼마가 될까. 유럽의 기준으론 원래 이적료의 1/3, 즉 33만 달러 정도를 적정한 금액으로 본다. 이적료는 계약기간이 흐르면서 같은 비율(pro rata)로 소멸한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 정대세가 올 초 J리그 가와사키와 계약종료 6개월을 남기고 독일 2부 보쿰에 입단할 당시 이적료가 단 20만 유로였다는 것은 이러한 상식이 적용된 케이스다. J리그만 해도 이미 국제표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K리그는 어떤가. 2005년 완전연봉제 이전 입단한 선수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나도 국내 이적시엔 ‘이적계수’에 따른 이적료가 발생한다.

이 선수들에 대해선 남은 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적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에 해외이적시에도 ‘국제시세’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정대세가 국내 선수였다면 이적료는 최소 100만 유로를 상회했을 것이다. 아니, 정대세의 분데스리가 이적 자체가 불발됐을 가능성이 크다.

J리그를 본떠 만든 이적계수는 일본에선 이미 사문화됐다. 그런데 정작 이것이 국내선수들에겐 족쇄가 되고 있다. 특출난 선수가 아니라면 이적계수에 따른 이적료를 지불할 구단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적계수란 게 아직 남아있다 보니 완전연봉제 하에 입단한 선수들도 덩달아 피해를 입는다. 남은 계약기간에 따라 이적료가 감소해야 하지만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심지어 헌법에 배치되는 규정도 적잖다.

완전연봉제 선수의 경우 클럽이 선수의 연봉인상을 전제로 타 구단 이적을 결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거부하면 계약정지의 효력이 있는 임의탈퇴공시라는 ‘전가의 보도’가 기다리고 있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규정이다.

위헌적인 규정은 이 뿐 아니다. 올해부턴 대학선수가 자퇴를 해도 해당대학의 동의서가 없으면 드래프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선수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대학들이 주도해 만들었다는 이 규정은 자충수가 될 소지가 크다.

뛰어난 선수들은 이제 대학을 가지 않을 것이고, 재학중인 선수는 드래프트 대신 해외진출을 시도할 것이다.

온 나라가 곧 열릴 G20 정상회의 준비로 들떠있다. 한국이 G20 의장국이라는 사실은 이제 각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한국축구도 이젠 축구에서 국제표준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지쎈 사장

스포츠전문지에서 10여 년간 축구기자와 축구팀장을 거쳤다. 현재 이영표 설기현 등 굵직한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중견 에이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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