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자전거 식객’] 허영만의 ‘식객’ 2탄…“한국의 맛, 두바퀴로 전합니다”

입력 2010-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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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재를 시작하며


작년 이맘때, 허영만 화백은 바다에 있었다.


돛단배 ‘집단가출호’의 선장으로서 대한민국 영해 외곽선 일주 항로상에서 파도와 맞서고 있었던 것이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는 휘발유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고 한다.
가볍고 빠른 ‘집단가출호’는 콧김 같은 미풍에도 날렵하게 쾌속으로 물결을 갈랐다.

하지만 그건 바람결이 순할 때의 얘기. 풍랑을 만나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였다. 파도에 얻어맞고 바람에 시달리다 육지의 해안선이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안전하게 항구로 들어가 출렁이지 않는 견고한 땅에 두 발을 딛는 것은 매번 감동이었다. 허영만 화백이 ‘집단가출호’를 타고 항해하며 바라보던 바로 그 해안선을
이번에는 자전거로 달린다.


<삽화=허영만>


2년여간 약 4000km의 대한민국 둘레길을 자전거로 달리게 될 집단가출 자전거 식객은 허영만 화백을 포함해 모두 8명으로 시작됐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궂으나 맑으나, 추우나 더우나 자전거 둘레길을 찾아가는 페달질은 멈추지 않는다. 허화백의 이 그림에서 집단가출 멤버들은 한 대의 자전거에 함께 타고 달리고 있다. 무릇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집단으로 가출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순례하는 것도 팀워크가 생명이다.


백두대간·요트항해 이어 세번째 가출
한반도 자전거 일주 도전에 나섰다
만화 ‘식객’서 못다 펼친 맛의 세계,
자전거로 만나는 지역 음식 통해 조명
재미와 감동의 성찬 기대를!




강화도에서 시작해 서해안, 남해안을 돌고, 동해안을 거쳐 강원도 고성까지 올라간 뒤 인제, 양구, 철원, 파주의 내륙 루트를 달려 다시 강화도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백두대간(2년 6개월), 돛단배 전국 일주(1년)에 이은 허영만 화백의 3번째 장기 집단가출인 자전거 전국 일주의 지도상 주파 예상 거리는 약 4000km. 서남해안의 복잡한 해안선을 충실히 따라가고 주요 섬들을 두루 거치는 루트를 만들다보니 적잖이 긴 거리를 달리게 됐다. 게다가 가능하면 자동차도로를 피해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논둑길, 마을 뒷길, 산길, 해안제방길로 우회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므로 실제로는 4500km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투어의 방식은 돛단배 항해나 백두대간 종주 때처럼 한 달에 한 번, 1박2일 혹은 2박3일씩 달리는 구간 분할 방식을 택했다. 예컨대 첫 번 투어가 A지점에서 B지점까지였다면 두 번째 투어는 B지점부터 시작해 비록 시차는 있으나 단절 없이 전 코스를 두 바퀴로 밟아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직장과 일에 매여 있는 보통 사람들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거리와 시간에 쫓기지 않고 길을 음미하며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프로페셔널은 여행가이고, 아마추어는 관광객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전거로 달리다 날이 저물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바이크캠핑을 하는 것은 길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호흡하기 위해서다.

‘프로페셔널은 여행가이고, 아마추어는 관광객이다’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관광객이 아닌 여행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전거로 달리다 날이 저물면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바이크캠핑을 하는 것은 길을 더욱 가까이 느끼고 호흡하기 위해서다.


허영만 화백의 집단가출은 자연친화적이라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이동방법을 택한다는 점이다. 약 700km의 백두대간을 온전히 두 다리로 걸었고, 3057km의 영해외곽선 항해는 엔진의 도움 없이 자연의 에너지인 바람을 이용했다.

녹색 교통수단의 대표격인 자전거는 그런 면에서 그가 해온 집단가출의 콘셉트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프로젝트다.

항해가 한창이던 지난해 이미 자전거 전국일주 계획을 세운 허화백은 봄부터 몸만들기에 돌입, 판교 자택에서 화실이 있는 수서까지 왕복 30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한강 자전거전용도로에서 페달링 지구력을 다져왔다.

허 화백의 자전거 집단가출은 두 가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첫째, 자전거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연미 넘치는 길을 찾아 대한민국 자전거 둘레길을 만드는 것이다.

대체할 우회로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자동차와 함께 달리지 않고 한적한 자전거길을 찾아내어 연결해보겠다는 것이다. 길을 보다 가까이 느끼기 위해 침낭과 화로, 냄비 등 간단한 취사도구를 갖고 다니며 노숙(露宿)하는 이른바 바이크 캠핑을 택했다.

다른 한 가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 음식이다. 음식 만화 ‘식객’이 단행본 27권을 끝으로 9년 연재가 일단 막을 내렸으나 자전거 여행길에서 만나는 음식들을 통해 다양한 맛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집단가출 자전거 전국 일주는 약 2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짧지 않은 여정을 이어나가는 동안 계절이 몇 번 바뀌고 계절에 따라 바다에서 또 들에서 다채로운 음식재료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같은 재료라도 지역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고, 또한 구현해내는 맛도 다르다. 선창의 백반집, 농부의 들밥, 어부의 도시락 등 ‘소박한 밥’이 주요 탐구 대상이다.


송철웅 아웃도어 칼럼니스트 cafe.naver.com/grouprunway
사진|이정식 스포츠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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