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의 눈물] ‘4년의 땀방울’ 금메달 대신 눈물만…

입력 2010-1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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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나아름 충돌로 다잡은 금 놓쳐
태권도 장경훈 의외의 예선탈락 충격
체조 조현주는 뜀틀서 착지실수 눈물
4년간 흘린 땀방울이 한순간에 눈물로 변해버렸다. 저마다 사연을 품고 호기롭게 밟은 광저우땅.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정상을 향해 쉼 없이 뛰었지만 신은 그들에게 금메달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틀에 걸쳐 사이클 악몽이 되풀이됐다. 17일 광저우 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열린 남자 사이클 30km(120바퀴) 포인트레이스 결승에서 조호성(36·서울시청)이 뜻밖의 사고를 당해 2관왕의 꿈을 접었다. 그는 6번째 스프린트(10바퀴)에서 우즈베키스탄 선수가 넘어지면서 함께 뒤엉켜 트랙에 나동그라졌다. 곧바로 레이스에 합류했지만 9위로 마감.

전날 나아름(20·나주시청)도 여자 20km(80바퀴) 포인트레이스 결승에서 2위로 달리다 앞서 달리던 홍콩 선수가 넘어지면서 트랙에 뒹구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다 잡은 메달을 놓친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금밭’이라고 예상됐던 태권도에서도 대표팀 주장 장경훈(25·수성시청)이 남자 74kg급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는 패배 후 “한 달 전 등반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 영정 앞에 금메달을 바치고 싶었다”며 가슴으로 울었다. 게다가 여동생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느라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 상황. 생계를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어느 때보다 금메달이 절실했지만 이란의 호적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밖에도 체조 조현주(18·학성여고)가 16일 여자뜀틀 결승 1차 시기에서 고난이도인 ‘유리첸코 720도(땅을 먼저 짚고 구름판을 굴러 뒤로 두 바퀴 도는 기술)’를 시도했지만 착지할 때 엎어지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나 착지판에 주저앉은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조현주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자 중국 관중들은 커다란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줬다. 비록 졌지만 대회를 위해 선수 한 명, 한 명이 흘린 땀방울과 노력의 가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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