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스크린 스타·감독 해외진출 러시] 장동건 “영화 본 아내, 연애하다 왔냐고 핀잔”

입력 2010-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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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별들 해외로 다시 Go!Go!
아빠 장동건 ‘할리우드 배우’ 되다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보스워스와 함께 ‘워리어스 웨이’ 인터뷰에 나선 장동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표정연기를 참고했다”고 했다.




■ 영화 ‘워리어스 웨이’로 할리우드 진출


싱글때 다치면 제작비 걱정, 이젠 가족얼굴이 아른
잠버릇도 같은 민준, 내 아들이지만 잘 생겨…하하

서양관객·스태프 눈에는 영화 초짜인 나,
‘닌자≠일본’ 그들의 인식에 동양 무사로 재탄생했죠


“인상을 쓰고 연기하니 미간에 없던 근육이 생겼어요.”

동양의 무사, 판타지 속 영웅을 연기한 장동건은 얼굴까지 변하는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한국과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이 참여한 다국적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 촬영의 흔적은 얼굴에 남을 만큼 장동건에게 강렬했다.

‘위리어스 웨이’의 월드 프리미어를 진행 중인 장동건을 23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데뷔하고 한 달 반 동안 이렇게 정신없이 바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11월 초 미국 LA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했고, 귀국하지마자 22일 언론·배급시사회와 이어진 VIP시사회에 참석했다. 23일에는 무려 30여개 매체와의 인터뷰를 소화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일반 관객을 상대로 한 시사회에 참여했고 밤에는 전라북도 군산으로 향했다. 전쟁 장면이 예정된 강제규 감독의 영화 ‘마이 웨이’ 촬영을 위해서다.

강행군의 여파인지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도 인터뷰는 진지했다. ‘워리어스 웨이’를 촬영하며 보낸 시간과 경험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고 동양 남자배우가 미국 영화에서 해야 할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두 달 된 아들 민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지한 표정을 거두고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워리어스 웨이’에 출연한 장동건의 여러 모습들.



● 출연 결정하고 4년 만에 개봉하는 장기 프로젝트

‘워리어스 웨이’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란 소개와 함께 2006년 말 팬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이후 촬영, 후반작업을 거쳐 공개하는데 4년이 걸렸다. 장동건은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불러야 할지, 다국적 프로젝트라고 해야할 지 좀 헷갈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하던 4년 전만 해도 한국 배우가 주류 미국 영화에 출연한 사례가 없었지만 지금은 ‘지 아이 조’ (이)병헌이 형이나 ‘닌자 어쌔신’ (정)지훈이도 했다. 진출이란 단어 자체가 부담스럽다. 앞으로 미국 영화만 찍을 것도 아닌데. 앞서 찍은 ‘로스트 메모리즈’나 ‘무극’처럼 해외 프로젝트 영화 가운데 한 편이다.”

‘워리어스 웨이’는 이승무 감독의 기획안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대된 영화다. 이 시나리오는 ‘반지의 제왕’과 ‘매트릭스’ 시리즈를 기획한 유명 프로듀서 배리 오스본의 눈에 띄었고 이후 제프리 러쉬, 케이트 보스워스 등 할리우드 인기 배우들이 참여하며 할리우드 영화로 탈바꿈됐다. 제작은 미국, 감독과 주연은 한국인, 촬영지는 뉴질랜드, 스태프들은 영국, 호주 등에서 모였다.

장동건은 “‘워리어스 웨이’ 팀은 전 세계 관객을 상대로 영화를 만드는 주류의 사람들”이라며 “이게 모범사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편하고 좋은 환경에서 세계 관객을 상대하고 자존심 상하지 않아도 되는 한국 배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 “닌자는 동양의 무사란 의미, 일본과는 상관없다”

‘워리어스 웨이’는 동양의 무사 장동건이 세상을 등지고 서부의 한 마을로 흘러들어가 사람들과 따뜻한 감정을 나누며 교감하는 이야기다. 케이트 보스워스는 장동건과 소통하며 사랑을 나눈다. 어느날 마을의 적들과 장동건이 떠난 조직이 동시에 마을로 들이닥치면서 전쟁이 시작된다.

장동건은 “동양의 무사라고 하면 턱을 좀 숙이고 45도 각도의 눈빛으로 상대를 쳐다보는 게 서양 관객이 갖는 이미지”라며 “전형적인 모습에서 탈피하려고 표정도 많이 주지 않았고 옛날 서부 영화에 나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고뇌하는 표정을 참고해 미간을 찡그렸다”고 설명했다.

무사라는 설정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밝혔다.

“미국 관객을 겨냥하는 일은 철저히 현지 프로듀서에게 맡겼다. 미국 포스터 속에서 나는 영화 초반 입고 나온 닌자 의상을 입었다. 그게 서양인들이 원하는 코드다. 미국에는 ‘닌자가 곧 일본’이라는 인식이 전혀 없다. 닌자는 동양의 무사, 사무라이가 일본의 무사다. 한국 관객이 갖는 예민함은 이해하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의미가 전혀 아니다.”

장동건은 한·중·일을 기반으로 아시아권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는 스타. 하지만 할리우드 스태프들 앞에서는 자신을 새롭게 각인시켜야 했다. 그는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내가 주인공을 맡을 배우란 걸 보여줘야 했다. 주눅이 들기보다 낯설음이 컸다”고 촬영 초기를 돌이켰다. 이어“서양 관객은 나를 알지 못하니 한편으론 편하기도 하다”며 “검정색 무사 옷을 입은 모습을 서양 관객 취향대로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주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 “다치면 내 몸보다 아내와 아들이 더 걱정”

2008년 초부터 7개월 여 동안 촬영지인 뉴질랜드에 머물며 영어와 무술 트레이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극 중 함께 등장하는 아기를 돌보는 연기를 위해 전문 기관에서 기저귀 가는 법까지 꼼꼼하게 익혔다. 이 때 배운 것을 10월에 태어난 아들 민준 군에게 유용하게 쓰고 있다.

“이제는 위험한 장면을 찍으면 가족 얼굴이 떠올라 ‘다치면 큰일 나는데’ 한다. 결혼 전에는 다치면 영화와 제작비가 걱정됐지만 이제는 아기가 먼저다. 하하. 달라졌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아빠다. 아들 이야기만 나오면 웃음을 그칠 줄 몰랐고 “아들이 잠들기 전에 한두 번씩 경기를 일으키는 내 습관을 똑같이 닮았다”며 “주위의 기대치가 워낙 높으니까 사진을 보여주기 부담스럽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아들은 정말 잘 생긴 것 같다”며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워리어스 웨이’는 결혼과 더불어 그에게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미국 영화에 다시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액션도 잘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했다. “동양의 여배우들은 의사, 주부 역할도 마음껏 하는데 남자는 아직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 벽을 깨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보람영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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