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남녀농구 동반 결승진출…선수들 끈기와 투지가 만든 작품

입력 2010-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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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도하 대회 때 각각 4위(여자), 5위(남자)에 그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남녀농구대표팀이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약속이나 한 듯 준결승에서 일본을 따돌리고 결승에서 중국과 맞붙게 됐다. 남녀가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결승에 오르기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남자 금메달·여자 은메달) 이후 8년만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7위 등 잇단 국제 대회에서 부진했던 남자 농구는 모처럼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로와 아마추어가 머리를 맞대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소속팀 훈련 시기인 7∼8월 대표팀에 차출돼 단체 해외 전지훈련을 하는 등 각 프로구단의 긴밀한 협조 아래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대회를 준비했다. KBL도 지갑을 과감히 열어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는 프로농구가 최근 수년간 흥행 부진을 겪으면서 남자 농구계 안팎에서 생긴 위기위식에서 시작됐다.

반면 여자의 경우, 대표 선수 차출에 대한 잡음으로 대회 전 파행을 빚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자 대표팀을 이끄는 임달식 감독은 일본전이 끝난 뒤 “12명 선수를 꾸려 제대로 훈련을 해 본 날이 얼마인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선수 차출에 대한 구단 이기주의에, WKBL의 조정 능력 부족 탓도 컸다. 그럼에도 여자 대표팀 역시 결승에 오르며 도하의 아픔을 씻어내는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어려운 환경에서 더 힘을 내는 우리 선수들의 끈기와 투혼이 빚어낸 결과다. 다만, WKBL이나 각 여자프로구단이 ‘우리는 아무렇게나 해도 성적이 난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남녀 준결승, 결승전이 열리는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는 1만8000명을 수용하는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NBA 경기장 못지 않은 위용도 뽐낸다.

여자대표팀 모 선수는 일본전을 통해 이 코트를 처음 밟은 뒤 “나도 모르게 위축돼 링이 도대체 보이지 않더라”고 했다. 고작 수천명 오는 오래된 코트에 익숙한 이 선수에게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한국 프로농구는 최근 수년간 쇠퇴의 길을 걸었다. 스타 선수 부재와 마케팅 능력 부족, 열악한 환경 등이 원인이다. 앞서 말한 모 선수처럼, 국내 프로농구계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광저우(중국)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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