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대마초 파동’|① 75년 대마초 연예인 활동 규제
“인도 왕자가 ‘아라비아’ 공주를 맞이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고,(중략) 청각이 예민하고 율동이 자유로우며 음계를 정확하게 조절하게 한다.”1975년 12월, 대마초로 인한 ‘환각’의 증세를 각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바로 그 해 오늘, 한국연예협회는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찰에 적발된 연예인들에 대해 규제 검토에 들어갔다. 또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적발된 이들도 처벌키로 했다.
이틀 전 검찰은 대마초 상습 흡연자 등 19명에 이어 가수 윤형주와 이장희, 이종용을 습관성 의약품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모두 대마초를 피운 혐의였다. 바로 ‘대마초 파동’의 시작이었다. 연예계에 미친 파장은 컸다. 모두 당대 톱스타급 가수들이었던 데다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포크가수였다는 점도 심상치 않았다.
검찰은 이들 외에 많은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피웠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시중에는 “연예인의 80%가 대마초 흡연자”라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이후 작곡가 겸 가수 신중현을 비롯해 가수 김추자, 이수미, 김정호, 이현, 정훈희, ‘어니언스’의 임창제, 코미디언 이상해 등이 검찰에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의 단속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1976년 1월부터 시작된 대마초 단속으로 가수 김세환, 김도향, 배우 하재영, 하용수와 이장호 감독 등이 명단에 올랐다. 결국 30여명의 연예인이 사법처벌을 받았다. 집행유예부터 벌금, 추징금, 훈방 등 그 처벌의 수위도 다양했다.
사법처벌이 끝이 아니었다. 1976년 1월29일 당시 문화공보부는 54명의 이른바 ‘대마 연예인’ 명단을 작성해 각 연예 단체가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연예협회는 결국 이들을 제명하는 등 제재를 내렸다.
검찰의 단속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6년 2월 “대마초 흡연은 망국적 행위”이며 “대마초 흡연자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최고형을 적용, 엄벌하라”는 지시에 더욱 힘을 얻기도 했다. 보건사회부는 대마초 관리법을 제정하고, ‘대마초를 수출입, 매매, 수수, 흡연 또는 섭취하거나 흡연 섭취할 목적, (이를)하게 할 목적으로 소지한 사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1976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대마초 파동’은 법으로 금지된 ‘환각제’를 흡입했다는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단속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한국 대중문화 사상 일찍이 없었던 그리고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암흑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규제를 받아 무대에서 쫓겨난 연예인들이 다시 대중의 곁으로 돌아오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1975년 ‘대마초 파동’ 이야기는 12월6일(월)자로 이어집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