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챔프 인터나시오날과 3·4위전… 3위 상금 29억원 놓고 자존심 격돌
성남 일화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쥐기 위한 마지막 한 판 승부를 벌인다.아시아 챔피언 성남이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2010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결승에서 유럽 챔피언 인터 밀란(이탈리아)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준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전반 3분 스탄코비치가 문전 앞에서 흐른 볼을 잡아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전반 32분 사네티, 후반 28분 밀리토의 연속 골이 터졌다. 스코어만 보면 완패지만 성남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중반 이후 페이스를 찾아가며 몇 차례 좋은 기회를 맞았다. 전체 볼 점유율 역시 48-52로 크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정력이 부족했다. 성남은 16개의 슛을 쏴 7개의 인터 밀란을 앞섰다. 유효 슛은 인터 밀란(6개)보다 적은 3개에 그쳤다.
실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중요한 1경기가 더 남아 있다. 성남은 18일 오후 11시 자예드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 챔피언 인터나시오날(브라질)과 3,4위전을 치른다. 인터 밀란-마젬베(콩고민주공화국)의 결승전은 같은 장소에서 19일 새벽 1시 벌어진다.
○아시아 챔프 마지막 자존심
성남은 한 대회에서 세계 축구의 양대 산맥 유럽-남미 챔프를 모두 상대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인터 밀란 전 직후 “아직 끝나지 않았다. 3,4위전 마치고는 모두 웃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의 말대로 3,4위전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일단 아시아 챔프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인터 밀란 전이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아랍계 외신 기자들은 신 감독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어댔다.
“인터 밀란만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고 하는가 하면 “알 와다를 이기고 자만한 것 아니냐”고 묻는 기자도 있었다. 홈팀 알 와다를 크게 누른 성남이 인터 밀란에 완패하자 사정없이 짓밟고 조롱하려는 분위기가 묻어났다.
신 감독도 지지 않았다. “인터 밀란은 분명 훌륭한 팀이다. 그러나 우리도 주눅 들지 않고 잘 했다. 주심만 제대로 봐줬으면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받아쳤다.
“밀리토의 세 번째 골은 핸드볼이었다. 상대가 경합 중 거친 파울을 해도 불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근거를 댔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인터나시오날 역시 인터 밀란 만큼이나 쉽지 않은 상대다. 그러나 성남도 K리그, 나아가 아시아 대표 클럽으로 만만찮은 기량을 가졌다는 걸 인식시켜줘야 한다.
○상금 규모 큰 차이
좀 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번 대회 3위 상금은 250만 달러(29억원)다. 4위는 200만 달러(23억원)다. 한 경기 승패에 K리그 한해 우승상금(3억원)의 두 배인 6억원이 걸려 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성남이 승리를 챙겨야하는 이유가 더욱 뚜렷하다.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