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골퍼 구옥희. 스포츠동아DB
8. 7년 만에 언더파 친 전설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전설’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구옥희(54·사진)를 떠올린다. 1978년 프로가 돼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모두 우승을 기록한 여자골프의 개척자다. 골프인생 32년 동안 쌓아온 기록 또한 대단하다.국내에서만 20승을 기록했다. 1985년 일본 여자골프 투어 기분레이디스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 아피타 써클K 레이디스오픈까지 23차례(비공인 대회 제외) 우승컵을 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는 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미 LPGA 투어 우승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밖에도 기록은 셀 수 없이 많다. 1979년 쾌남오픈에서 18홀 최소타 우승(73타), 1980년 한국프로골프선수권에서는 2위와 20타 차로 72홀 최다 차 우승 기록을 세웠다. 1980년 오란씨오픈에서는 36홀 최다 차(14타)로 우승했다. 한국 프로골프선수권과 쾌남오픈, 수원오픈까지 동일 대회 3회 연속 우승과 최연장 우승(45세8개월3일) 등의 기록이 있다.
하지만 불멸의 여자골퍼 구옥희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2005년 이후 내리막길을 탄 구옥희는 2008년 일본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로 복귀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9년 4개 대회에 출전해서 모두 컷 탈락했고, 2010년에도 13개 대회에 나서 단 3차례만 컷 통과했다. 여자골프의 전설이 남긴 기록치고는 쑥스러운 성적이다.
이런 가운데 8월 하이원리조트컵 채리티여자오픈에서 눈에 띄는 기록이 나왔다. 강원도 평창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린 첫날 경기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4위에 올랐다. 국내 컴백 이후 첫 언더파 기록이자, 국내 정규투어에서 7년 만에 기록한 언더파다. 구옥희가 국내 정규투어에서 언더파로 라운드를 끝낸 건 2003년 파라다이스여자오픈 2라운드(1언더파 71타)가 마지막이었다. 7년 만의 언더파 덕분이었을까. 구옥희는 2라운드로 축소 진행된 대회에서 최종합계 이븐파 144타를 쳐 공동 24위에 올랐다. 국내 컴백 후 가장 좋은 성적으로 상금도 656만원이나 벌었다.
안타깝게도 언더파는 한 번으로 끝났다. 이후 넵스 마스터피스와 KLPGA챔피언십, 하이마트여자오픈, 하이트컵챔피언십, KB국민은행 스타투어, ADT캡스챔피언십 까지 7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언더파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에 비하면 7년 만의 언더파 기록은 변변치 않다.
하지만 내년 55세가 되는 구옥희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KLPGA 명예의 전당 최초 입회자로 영구시드권자다. 주변에선 조심스럽게 은퇴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아직 이르다. 10대와 20대가 주류인 국내 여자골프 투어에서 그의 존재는 여자골프가 가야할 길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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