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베이스볼] “타구 놓쳤는데 아웃…인필드플라이 쇼크”

입력 2011-0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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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이 꼽은 가장 어려운 룰이 바로 인필드플라이다. 2009시즌 9월 18일 사직 넥센-롯데전에서 이대호의 내야플라이를 유격수 강정호가 놓쳤지만 심판이 인필드플라이를 선언해 타자주자를 비롯해 2루에서 3루로 내달린 조성환이 아웃되고 말았다. 히어로즈 이광근 수석코치는 이닝 종료로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불렀고, 로이스터 감독은 판정에 강력히 항의했다. 스포츠동아DB.

여성팬 “나를 힘들게 하는 야구룰”
“보크가 뭐야?” 영화 ‘글러브’를 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질문이다.

‘보크(balk)’는 베이스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의 반칙투구 행위다. 이때 모든 주자는 한 베이스씩 진루한다(야구규칙 2.03). 그러나 사실 판정이 쉽지는 않다.

투수판을 딛고 있던 투수가 견제하기 전 자유발을 베이스 쪽으로 똑바로 내딛지 않았을 경우, 또는 발을 내딛기 전에 신체방향을 바꿔 송구했을 경우(8.05(c)) 보크지만 투수마다 특유의 견제폼이 있고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판정이 애매하다.

야구전문가들의 “야구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또 공부할 것이 생긴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야구사랑’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스베이스볼 여성 팬들에게도 야구는 어렵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여성 팬들은 야구를 더 즐기기 위해 지금도 복잡한 규칙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병아리팬 시절 당혹감 지금도 잊지못해

○삼성팬 김빛나=저도 야구를 보면서 가장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한 야구 룰이 ‘인필드플라이’예요. 처음 인필드플라이 선언을 보던 날의 당혹감을 지금도 잊지 못 해요.

무사 3루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플라이성타구를 수비수가 놓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잘 됐다. 병살을 유도할 수 있겠다”고 만세를 불렀는데 심판이 아웃을 선언하는 거예요.

저의 ‘야구백과사전’인 아버지가 “일부러 수비수가 공을 떨어뜨려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경우 내야플라이로 간주한다”고 설명해줬지만, 이유야 어떻든 야구규칙이 아닌 심판재량으로 아웃을 준다는 사실이 막연하잖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룰의 의도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과연 어떤 스포츠에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합시다’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숨어있는 규칙이 존재할까요.


번트는 인필드플라이 적용 안된다고?

○한화팬 구율화=1993년 한국시리즈 해태와 삼성의 경기로 기억해요. 1사 1·2루에서 삼성 타자가 번트를 댔는데 타구가 떠버렸죠.

그런데 투수 선동열(전 삼성 감독)이 그냥 잡을 수 있는 공을 한 발 물러서 원 바운드로 잡더니 더블플레이로 주자를 처리하더라고요. 분명 잡을 수 있는 뜬공을 일부러 떨어뜨리면 ‘인필드플라이’가 선언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더블플레이가 될까 싶었어요.

당시 중계하던 해설자 분이 별다른 설명을 안 해줘서 급히 서점으로 달려가 ‘야구 대백과’를 샀습니다. 읽어보니 라인드라이브(직선타)나 번트 뜬공에는 인필드플라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짧은 순간에 그런 판단을 한 선동열 투수가 정말 대단해보였고, 궁금증이 한 번에 풀리는 순간이었어요. 다만 그때 제대로 해설해주지 않은 캐스터나 해설위원은 지금도 조금 원망스러워요. ‘야구 대백과’는 당시 제가 사기에는 너무나 비싼 책이었거든요.


삼중살 무효…인필드플라이가 기가 막혀

○KIA팬 김은경=저 역시 인필드플라이요. 지난해 이와 관련해 잠실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나왔죠.

삼성이 5-4로 앞선 4회말 무사 1·2루에서 두산 공격이었는데 이원석 선수가 친 타구가 2루수 강명구 선수에게 날아간 거예요.

강명구 선수가 재빨리 공을 원바운드로 처리해서 3루에 송구했고, 2루수∼3루수∼유격수∼1루수로 해서 삼중살이 됐죠.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3루수한테 공이 갔을 때 3루심이 뒤늦게 오른손을 들더라고요. 인필드플라이 선언이 된 거죠.

결국 트리플플레이가 무효가 되면서 두산이 삼성을 이겼는데 선동열 감독님이 선수들 다 불러들이고 20분가량 경기가 중단됐던 기억이 나요. 삼성 선수들은 심판 때문에 져서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루·수비 방해 규정만 보면 골치 아파

○넥센팬 황선하=제 경우는 주루플레이 부분이 가장 어려워요. 궁금한 게 있을 땐 한국야구위원회(KBO) 홈페이지의 야구규칙을 찾아보는 편인데, 주루플레이는 분량이 가장 많기도 하고 읽어도, 읽어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주루방해 내지는 수비방해에 들어가면 조금씩 두통이 시작되고 에러+주자의 착각+야수의 착각 같은 것들이 얽혔을 때 그야말로 골치가 아파요.

그리고 점수리드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5이닝 전에 교체되었을 때 구원투수 중 누구에게 승리를 주느냐도 애매해요. 기록원이 판단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투수가 승리투수가 된다고 하는데 이 ‘판단하기에’라는 부분이 좀 더 명문화됐으면 좋겠어요.


투수 발이 문제라고? 보크 판정 헷갈려

○LG팬 송주현=저는 보크 판정이요. 지난 시즌 8월 24일 LG-두산의 수중전. 혹시 보셨나요?

그날은 벤치클리어링이 아닌 객석클리어링이 있을 뻔한 상황이 나왔어요. 그때 김광삼 선수의 1승을 날린 보크판정이 있었거든요.

LG가 2-1로 앞서고 있었는데 보크 판정이 나면서 주자가 한 베이스씩 진루했고 결국 1점을 내줬죠. 그 상황에서 강우콜드게임 무승부=패. 그게 왜 보크일까 몇 번을 돌려보고 또 돌려봤어요.

혹자는 ‘김광삼 선수가 3루 견제 페이크 뒤 1루 쪽으로 견제하는데 왼쪽발이 문제가 됐다. 왼발을 들어 올리면 3루 쪽으로 갔다가 오른쪽 발을 투구판에서 빼고 다시 1루로 던져야했는데 왼발을 들어 올렸다가 투수판 바로 앞에 내려놓은 후 견제하다보니 보크가 됐다’고 하지만.

저희는 발이 빠졌다고 봤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판정이 나는 보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세요!


규칙집 100번 읽어도 보크는 이해안돼

○SK팬 박다해=맞아요. 많은 스포츠 중에서 야구만큼 룰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종목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처음 야구를 접했을 때 더블플레이를 보고 ‘방금 뭐 한거야?’라며 어안이 벙벙했다니까요. 스트라이크아웃낫아웃, 인필드플라이…. 또 보크요.

보크는 규칙집을 100번 읽어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인터넷도 뒤적거려보고 야구를 잘 아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는데 여전히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야구 관련 서적도 틈틈이 읽고 있고요. 그렇게 모은 야구서적이 10권은 족히 넘네요. 요즘 그런 생각도 해요. 시험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장학금타서 부모님께 효도할 수 있었을 텐데….


애드벌룬 맞고 떨어지면 안타? 아웃?

○두산팬 최선경=저는 야구가 변수가 많은 스포츠이다 보니 상황별 판정이 가장 애매한 것 같아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 때 롯데 전준우 선수가 친 공이 애드벌룬에 맞아서 타구가 다른 곳으로 떨어졌잖아요.

좌익수였던 김현수 선수가 잡지 못 했고요. 양측에서 ‘아웃이다’ ‘인정 2루타다’ 의견이 분분했는데 주심이 플라이아웃 판정을 내렸죠.

이전에도 1995년 한화와 OB(전 두산)의 대전구장 개막전 때는 좌익수플라이로 판정됐고, 1994년 쌍방울과 해태의 경기에서는 홈런으로 인정됐잖아요. 언젠가는 날아가는 새도 맞혔다는데,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 심판 분들이 참 힘들 것 같아요.


‘엔타이틀 투 베이스’가 무슨 말인죠?


○롯데팬 박현수=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게 용어인 것 같아요. 그 중에서 타구가 그라운드에 맞고 담장을 넘어가거나 그 틈에 끼인 경우 인정 2루타를 선언하는 ‘엔타이틀 투 베이스(entitle two base)’라는 말이 있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8회초 1사 1루에서 류현진 선수가 상대 일본 이나바에게 안타를 허용했는데 이 공이 바운드돼 관중석에 들어가면서 인정 2루타가 선언됐죠.

경기를 보면서 “엔타이틀 투 베이스네. 아쉽다”라고 했더니 옆에 계시던 아버지가 “잘못된 표현을 쓴다”며 혼을 내셨어요.

알고 보니 이 표현은 일본식 영어조합으로 생겨난 잘못된 단어더라고요. 정확한 용어는 ‘그라운드 룰 더블(ground rule double)’이고요. 그때 야구용어 중에서 잘못된 일본식 용어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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