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성열. 스포츠동아DB
지난해 속수무책 당하며 삼진수도 많아
타격폼 변화 구슬땀…캠프서 불방망이
주전경쟁 우위? 공수 안정적 선수 목표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요. 살얼음판이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야구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타격폼 변화 구슬땀…캠프서 불방망이
주전경쟁 우위? 공수 안정적 선수 목표
두산 이성열(27·사진)을 지켜본 이들은 하나 같이 “올해 그가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스프링캠프에서 열린 총 6번의 연습경기(5번 선발출장)에서 타율 0.400(20타수 8안타), 2홈런, 5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을 뿐 아니라 타자로서도 한 단계 성장한 까닭이다.
이성열은 지난해 110안타·24홈런·86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입단 8년 만에 재능의 꽃을 활짝 피웠다. 하지만 삼진수(136개로 전체 2위·1위 LG 오지환)가 많았고, 큰 타격폼 때문에 변화구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는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문제점 보완에 힘을 쏟았다.
먼저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테이크백 동작을 간결하게 하면서 배트스피드를 이용한 스윙훈련으로 공에 대한 대처능력이 한결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정확도도 올라갔다.
신경식 타격코치는 “워낙 타고난 힘이 좋아 스윙폼을 줄여도 장타를 충분히 칠 수 있는 선수”라며 “올해는 삼진수를 줄이기 위해 컨택트 능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고 시즌 후부터 꾸준히 훈련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시즌 시작 전부터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이전까지는 어깨가 빨리 열리고 공을 따라가기 급급했는데 폼이 한층 안정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공을 많이 보고, 끝까지 보고 치는” 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성열은 지난해 몸쪽 포크볼과 같은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선구안을 기르는 게 급선무. 신 코치도 “아무래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타 팀의 견제가 심해질 것이다. 몸쪽 변화구를 참아내고, 골라낼 수 있는 타자가 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성열에게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건 몇 홈런, 몇 타점이 아니다. 다치지 않고 경기에 많이 나가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그는 “감사하게도 페이스가 좋다고 주위에서 말해주시는데 나는 페이스가 없는 선수”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야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호성적을 거둬 어느 정도 주전자리를 확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오늘 잘 해도 내일 못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게 우리 팀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 자리’라는 확신이 없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론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에게 타격도 물론 중요하지만 방망이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며 “화려하기보다는 어려운 타구도 평범하게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