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최고 몸값 행진… 한국 최고 연봉 김동주의 50배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과의 경기에 앞서 알렉스 로드리게스(36·뉴욕 양키스)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이범호(KIA)가 내뱉은 말이다. 늘씬한 키에 탄력 넘치는 몸, 그리고 야구공을 골프공처럼 날려버리는 파워. 완벽한 신체 조건에 잘생긴 외모까지 갖춘 로드리게스는 같은 선수가 보기에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당시에도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야구 선수였다. 2001년 텍사스와 10년간 2억5200만 달러(약 2831억 원)의 대형 계약을 한 상태였다. 2004년 양키스로 이적한 뒤 그의 몸값은 더 뛰었다. 텍사스 시절 맺은 계약이 유효했지만 2007시즌 후 10년간 2억7500만 달러(약 3090억 원)에 계약을 경신했다.
○ 박찬호-이승엽의 日 오릭스 전체 연봉보다 많아
10일 미국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고액 연봉 선수 자료에 따르면 그는 올해 3100만 달러(약 348억 원)를 받아 여전히 연봉 1위를 차지했다. 평균 연봉은 2750만 달러이지만 해마다 액수가 조금씩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 전체 선수의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다. 지난달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신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8개 구단 등록 선수 406명의 연봉 합계는 353억3800만 원이었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SK의 팀 연봉(59억2900만 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국내 최고 연봉 선수인 두산 김동주가 받는 돈(7억 원)의 거의 50배.
한국보다 연봉 액수가 큰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하면 최고 인기 팀 요미우리(39억1400만 엔·약 440억 원)보다는 적지만 박찬호와 이승엽이 소속된 오릭스(22억3690만 엔·약 303억 원)보다 많다.
○ 쓰는 만큼 버는 장사
‘악의 제국’답게 양키스 선수들이 대거 연봉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 C C 사바티아는 2300만 달러(약 258억 원)로 미네소타의 조 마우어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주포 마크 테세이라는 2250만 달러(약 252억 원)로 공동 4위다.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양키스가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스타들을 활용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최고 인기 팀답게 양키스 경기에는 관중이 꽉꽉 들어찬다. 팬들은 구장에서 먹고 마시고 주차료를 내고 각종 용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수익원은 바로 중계권료다. 폭스TV는 메이저리그 중계를 위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18억 달러(약 2조241억 원)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낸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인 ESPN도 조 단위의 중계료를 지불한다. 폭스TV나 ESPN 같은 전국 방송의 중계권료는 30개 구단에 분배된다.
양키스는 이와는 별도로 몇 해 전 예스네트워크라는 지역 스포츠 케이블 방송국을 차려 성업 중이다. 여기서 나오는 광고 수입 등은 고스란히 양키스의 몫이다. 요즘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등 미디어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더 많은 중계권 수입을 올린다. 한마디로 쓰는 만큼 버는 장사인 것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