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체면? 좋은걸 어떡해!”

입력 2011-04-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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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광주개막전 직전 감독으로 첫 경기를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은 “솔직히 긴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떨리는 마음과 달리 류 감독은 한 호흡 앞선 투수교체와 선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6-2 역전승을 이끌었다. 1-2로 뒤진 8회초 1사 만루에서 이날 3타수 무안타 삼진 3개로 부진했던 채태인을 바꾸지 않고 타석에 세워 터진 역전 만루홈런, 오승환을 8회말 2사 후 투입하는 승부수까지 ‘초보’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경기운영 외에 표정과 제스처는 기존 감독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새로움이 가득했다. 채태인이 역전만루홈런을 치는 순간 주먹으로 하늘을 치고 활짝 웃으며 기뻐했고 연신 박수를 쳤다. 경기 후에도 “기쁘다. 첫 승 챙겨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주장 진갑용이 마지막 공을 챙겨 “감독님 첫 승리 공”이라며 가져오자 또 한번 크게 웃었다.

대부분 감독들은 극적인 역전 홈런이 터져도, 눈앞에서 승리를 놓쳐도 좀처럼 표정변화가 없다. 일부 감독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홈런에는 타자와 손뼉을 마주치지 않을 정도다. 웬만해서는 승리해도 담담한 모습으로 평상심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러나 류 감독은 역전에 누구보다 기뻐했고 솔직히 웃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이같은 모습을 유지할 생각이다. 3일 류 감독은 미소와 함께 “제가 너무 좋아했습니까?”라고 물으며 “뭐 감독됐다고 성격이 바뀌겠나? 그런 모습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쭉 좋을 때는 솔직하게 웃는 감독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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