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드래프트를 피해 J리그를 선택하는 유망주들은 대부분 ‘J리그 찍고 유럽으로’라는 청사진을 품고 현해탄을 건넌다.
일본에서 해외생활의 워밍업을 하고, 준비가 됐을 때 유럽을 가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거라는 나름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실현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J리그 찍고 유럽으로’의 롤 모델은 박지성이다. 명지대 시절 곧바로 J리그(교토 퍼플상가)에 진출, 기량이 일취월장하며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을 거쳐 세계 최정상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축선수로 성장한 그의 이력을 보면 J리그의 활약이 바탕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축구를 목표로 J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이는 축구스타일의 차이 때문이다.
필자의 눈에 K리그는 ‘세련미가 떨어지는 유럽축구’, J리그는 ‘힘이 부족한 브라질 축구’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유럽 지도자를, 일본은 브라질 지도자를 채용해왔다. 그것이 유소년을 포함한 양국의 축구 전반에 스며들어있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다니다가 J리그를 가면 당장 생활은 편할지 몰라도 축구발전은 이루기 어렵다. 오히려 서로 다른 축구스타일 때문에 혼란을 겪기 십상이다. J리그로 몰려갔던 유망주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다가 뒤늦게 신인드래프트를 감수하면서 K리그로 유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J리그 주빌로 이와타의 강화부장이 필자에게 진지하게 물어왔다. ‘한국의 대학 유망주들이 J리그에 와서 거의 실패하는데, 도대체 이유가 뭔가’라고. 그때 ‘최정상급 선수들은 K리그의 유소년 클럽에 몰려있다. 대학에 진출하는 선수들은 K리그 클럽이 선택하지 않은 선수들로 봐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더 솔직하게는 ‘축구스타일이 판이하다. 따라서 아주 뛰어난 선수가 아니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박지성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유럽을 목표로 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J리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므로, 굳이 이들에게 한국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필요는 없으므로.
눈높이를 유럽에 맞추고 있는 유망주라면 차라리 K리그가 더 빠른 길이다. 구자철이 J리그에 갔다면 분데스리가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유병수, 지동원 등 유럽진출이 가시권에 있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대표팀 승선이 유럽진출의 첫 번째 관문이고, 이를 위해 K리그에서의 활약이 가장 중요해진 현실에서 J리그를 가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지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