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해변에서의 야영은 바닷가에 마련된 평상에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어 환상적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철썩이는 물결과 밤늦게 군산에서 찾아온 재야의 사진 고수 조수남 작가가 만들어준 주꾸미 샤브샤브에 양주 한 병을 달게 나눠마셨다. 다음날 아침, 평상을 우리에게 내줬던 인근 식당 주인아저씨가 찾아왔다가 빙글빙글 웃으며 한마디 한다. “이 사람들 엄청난 술꾼이네? 아침부터 양주를 병째 마시고….” 무슨 소린가 싶어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정상욱 대원이 컵 대신 술병에 물을 담아 입을 헹구고 있었다.
<삽화=허영만>[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