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다. 그는 조직 안에서 가장 머리가 좋아야 할 필요는 없으며, 가장 경험이 많아야 할 필요도 없으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는 반드시 팀의 보스여야 한다.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 중-
#물론 감독이라고 해서 공이 가는 길까지 가르쳐 줄 순 없는 노릇이겠죠. 하지만 선수를 배치하고, 팀에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느냐는 감독의 지향, 인간적 품성에 따라 변동합니다. 분류하면 야구판에서 매파 감독으로는 SK 김성근, 두산 김경문, LG 박종훈 감독을 꼽을 수 있겠죠. 이와 대척을 이루는 비둘기파 감독으로는 삼성 류중일, 롯데 양승호, 한화 한대화 감독이 해당될 터입니다. 여기서 삼성의 변화는 극적입니다. 매파에 속하는 선동열 전 감독에서 류 감독으로의 변화는 농담 좀 보태면 ‘민주화 정국, 대구의 봄’에 비견됩니다. 그러나 야구단은 컨센서스가 아니라 효율성으로 먹고 사는 집단입니다. 지지만 있으면 생존하는 정치와 달리 이익을 못 내면 끝장인 기업과 닮았죠.
#그렇다고 일차원적으로 ‘야구단 존재이유=승리’는 아닌 것 같네요.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란 책은 야구팀의 존재이유를 고객 감동이라고 정의합니다. 사방에서 손가락질 받고 감동 없이 이기는 것보다 팬들의, 내부 구성원들의 성원을 받으며 실적을 쌓으라는 얘기죠.
그러나 조직의 성공은 마케팅을 넘어 이노베이션까지 실행될 때라는데요. 삼성의 5월 실적부진은 이 이노베이션에서의 어려움 같네요.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를 대체할 필살기는 무엇일까라는. 리더십 교체 이후 명유격수 출신 감독 밑에서 삼성의 에러와 비자책 실점이 늘고 있습니다. 민주화의 그늘, 즉 기강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러다 ‘한국은 철권 리더십이 특효’라는 냉소가 나오지 않으란 법이 없지요. 선한 리더십도 통한다는 증명 역시 21세기 한국야구에 다른 방향에서의 진보일 것입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