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덕아웃 이야기] 넥센 허도환, 방출→신고선수→1군 “이제 시작”

입력 2011-06-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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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마라, 잡히지 마라, 제발.’

넥센 허도환(27)은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팀이 10-9로 한 점 앞선 2일 사직 롯데전 9회초 2사 1루. 생애 첫 타석에서 막 큼직한 타구 하나를 날린 참이었다.

다행히 기도는 통했다. 흰 공이 우중간에 뚝 떨어졌고 1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생애 첫 타점까지. 그는 “어떤 감정을 느낄 겨를도 없는 순간이었다”며 쑥스러워 했다.

출발은 두산 선수였다.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7년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 해 4월, 당시 주전 포수였던 홍성흔이 부상을 당했으니 1군에 갈 준비를 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짐을 챙겨 가봤더니 홍성흔은 “뛸 수 있다”고 했다. 혹시나 싶어 3일을 따라 다니다 엔트리에 이름 한 번 못 올려 보고 돌아왔다. 그 다음은 5월. 이번에는 1군 선수로 정식 등록됐고, 잠깐이지만 잠실에서 포수 마스크도 써 봤다.

하지만 훈련 도중 오른쪽 팔꿈치에서 뚝 소리가 났다. “인대가 끊어졌대요. 2군에 가서 두 달 재활했더니 정리 해고의 시간이 왔어요.” 9월, 선수 15명이 한꺼번에 나갔다. 하지만 한 달 후, 홀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신인 포수 한 명이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고 했다. “혼자 나가게 되니 왠지 더 서럽던데요.” 짧고도 짧은 프로에서의 1년이었다.

팀을 나오자마자 자비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6개월간 재활을 하고 곧바로 공익근무를 시작했지만, 야구를 다시 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형 허태양(29) 씨가 동생을 잡아주기 전까지는. “형도 두산에서 야구하다 그만 두고 지금은 회사원이 됐거든요.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나는 아직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너는 나중에 후회할 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동생은 형의 조언을 따랐다. 곧바로 배명고에서 야구부원들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다 기다리던 전역과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 온 것이다.

“20대 후반에 수술도 받은 저를 누가 두 팔 벌려 환영하겠어요. 다행히 넥센에서 한 번 와 보라고 마지막 기회를 주셨죠. 지난 11월에 처음 테스트를 받으러 가서 두 달이 지난 올해 1월에 겨우 신고선수로 계약할 수 있었어요. 자존심 상했냐고요? 전혀요. 저, 야구 해야하잖아요.”

그 후 6개월이 더 흘렀다. 땀의 힘 하나만 믿고 버텼다. 함께 들어온 신고 선수 14명 중 두 명만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지금은 허도환만 남아 있다.

1군 생활도 벌써 한 달이 다 돼 간다. “지금은 이게 기회라는 생각도 못 해요. 그냥 매 순간 열심히 하는 거예요. 나중에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할 일만 만들지 않으려고요.” 모든 선수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최선’. 하지만 그는 그 진심을 그라운드에서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있다.

배영은 스포츠1부 기자 (트위터 @goodgoer)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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