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2018] “예스 평창!” 구름 위 자축파티

입력 2011-07-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홍재현 기자의 귀국 특별기 동승기
정병국 장관 건배사 … 박수·환호성 터져
“이젠 성공개최 위해 힘 모으자” 한목소리

잠 못자고 강행군…유치단 곯아떨어져

항공기 인천 내리자 소방차 물대포 축하
환영인파 보자 입가엔 미소 가슴은 뭉클
200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러시아 소치에 역전패 당한 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비행기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어느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고,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눈치가 보였다.

4년 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3번의 도전 끝에 달콤한 열매를 맺은 평창 대표단은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출발한 대한항공 특별전세기 안에서 마음껏 기쁨을 표출했다. 흡사 축제를 연상시켰다. 지난 11년간 평창을 위해 뛰었던 관계자들은 2003년과 2007년의 쓰라린 기억을 되새기며 현재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예스, 평창!”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비행기가 더반 킹샤카공항에서 이륙하자 김진선 특임대사, 최문순 강원도 지사, 전재희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김재윤 의원 등과 함께 샴페인 잔을 들었다. 그리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는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으자”며 건배 제의를 했다. 구호는 “예스, 평창!”이었다. 비행기 안은 짜릿한 승리를 일궈낸 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들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애쓴 모든 이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평창을 위해 뒤에서 묵묵히 움직였던 빙속 3총사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도 비즈니스가 아닌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운동선수가 17시간이나 되는 긴 비행시간을 비좁은 좌석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이들은 귀국과 동시에 10월부터 시작되는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대표 전지훈련지 화천에 합류하는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고생한 많은 이들과 옆자리에 앉아 함께 기쁨을 나누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비행기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더반에서의 일주일간 잠잘 시간도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던 까닭에 모두가 곯아떨어졌다. 특히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인상적인 모습으로 IOC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연아는 탈진하고 말았다. 그녀는 경유지였던 태국 방콕 공항 대기실에서 쓰러져 1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총회 직후 긴장이 풀리면서 몸살기가 있었고 비행기 안에서는 고열과 오한이 찾아왔다. 동승한 유치위 의료진에 치료를 받은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탔지만 결국 귀국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대표단이 탄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자 기내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임무를 완성했다는 자축의 의미였다. 공항 입구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축하하는 의미로 소방차를 이용해 항공기 동체에 물대포를 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비행을 담당했던 부기장은 “대표단을 모시게 돼 영광”이라며 “대한항공이 준비한 시원한 물세례로 그동안의 노고를 모두 씻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 대표단은 출국장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승리,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앞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