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안미녀’에서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장기홍 과장 역으로 다양한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인 개그맨 홍록기. 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독특한 패션감각 ‘동안미녀’서 맘껏 발휘
“드라마 심의 걸릴까봐 수위 조절 했어요”
남다른 도전정신 웨딩 사업가로 대기만성
“못 생기고 옷 좋아하는 놈, 딱 홍록기잖아요.”
그가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가 아닌 고정 캐릭터로 드라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5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여성 의류 회사의 장기홍 과장역을 열연한 개그맨 홍록기(42).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촬영을 끝낸 후 “한 여름 밤의 달콤한 꿈을 꾼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잠을 못 이루겠더라고요. 아, 배우들이 작품과 이별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마치 오래 사귄 여자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이었어요.”
홍록기가 맡은 장기홍은 ‘동안미녀’의 오선형 작가가 처음부터 그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다.
“특이한 남자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데,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못 생기고 옷 좋아하는. 딱 홍록기잖아요. 첫 드라마에서 내 옷 같은 캐릭터를 입어서 편하고 즐겁게 연기했어요.”
그는 평소 연예계의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동안미녀’에서도 독특한 패션 감각을 마음껏 발산했다. 벨벳 수트는 물론 원색의 셔츠와 포인트 장식까지 ‘패션의 고수’들만이 소화할 수 있다는 여러 아이템들을 캐릭터에 녹여 선보였다.
“더 파격적인 패션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혼자 출연하는 드라마가 아니라서 수위를 조절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딱 보면 아는 아이템들이 많이 숨어있죠.(웃음)”
여전히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을 유지하는 홍록기에게 세월의 변화와 함께 한 패션 변천사에 대해 물었다.
“20대에는 무조건 남의 눈에 띄는 옷을 입었어요. 어떻게 하면 남이 안 입는 독특한 옷을 입을까 고민했죠. 30대에는 도전 정신이 강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익숙해 졌지만 그 때는 수트에 운동화를 매치하는 것이 상식 밖이었거든요. 그리고 40대가 되니까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클래식한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멋스럽더라고요. 어릴 때는 청바지나 가죽 바지만 입었는데 사람들이 왜 오랫동안 면바지를 사랑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연예 활동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지만 3월부터는 웨딩 컨설팅업체 ‘나우웨드’를 오픈해 웨딩 사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매니저의 결혼을 도와주면서 알게 된 웨딩 플래너와 인연을 맺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인생의 출발을 설계해 주고 있다.
“요즘에는 조금씩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날 가정을 이룬 친구들을 보면서 같이 출발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뒤쳐져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도 중요하지만 내가 낳은 아이가 어떻게 생겼을지 제일 궁금해요.”
홍록기는 웨딩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언젠가는 ‘홍록기스러운’ 공연을 기획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난타 같은 논버벌 퍼포먼스를 기획해 보고 싶어요. 보고 나면 속이 시원한, 미친 듯이 웃고 가지면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을 남길 수 있는. ‘역시 홍록기다웠어’라는 말을 들을만한 공연을 기획해 보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