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포수 정상호(정면 얼굴)는 10년 만에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늘 국내 최고의 포수 박경완의 그늘에 가렸던 그가 남몰래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스포츠동아DB
SK 정상호 생애 첫 올스타전
“괜찮은 포수” 김성근감독 추천으로 행운
거목 박경완 부상 틈타 포수 마스크 꿰차
“내 점수는 70점…후반기엔 한 단계 업”
SK 포수 정상호(29)는 22일 쉬지 못했다. 전반기 종료 다음날, 모처럼 SK 전 선수단에 휴식이 보장됐지만 사인회에 참석하러 잠실로 향하고 있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올스타로 선발된 것이다. 이스턴리그 감독인 SK 김성근 감독이 추천한 덕분이었다.
인기, 실력은 차치하고 정상호의 올스타전 데뷔가 이토록 늦어진 것은 SK라는 팀이 박경완(39)이라는 걸출한 포수를 거느렸기 때문이 결정적이었다. 박경완의 아킬레스건 재활이 늦어지자 올시즌 정상호는 최초로 개막전 포수로 뛰었다. “처음에는 경완이 형이 5월에 돌아온다고 해 내 임무는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복귀가 늦어지자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전반기 SK의 76경기 중 65경기에 나섰다. 김 감독은 최동수를 포수로 깜짝 기용, 최경철·김정훈 등을 실험해봤지만 그럴수록 정상호의 가치는 커졌다. 김 감독의 충격요법이나 질책이 쏟아져도 정상호는 “위기의식을 가지라는 메시지로 생각”하고 매달리려 노력했다. 그리고 박경완의 시즌 내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진 7월 어느 날, 김 감독은 “정상호도 좋은 포수”라는 짧은 한마디로 ‘인정’을 해줬다.
“전반기 내 점수는 65∼70점”이라고 평한 정상호는 1위에서 3위로 떨어진 팀 성적에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었다. “실전을 뛰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점들을 배운다.” 10일 롯데전에서 2-1로 앞선 9회초 주자를 잡을 때가 그가 꼽은 전반기 최고의 순간이다. “볼 카운트 1-3에서 정대현 선배한테 퀵모션을 빨리 해달라고 한 다음에 2루도루를 잡았다. 그 순간 감독님이 박수를 쳤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다.
개막부터 실질적 풀타임으로 뛰다보니 “경완 선배가 대단하구나”라고 새삼 실감한다. 박경완은 우러러봐도 언젠간 넘어야 될 높은 산이다. 후반기 꼭 1위를 탈환하고 싶은 목표도 그래서 샘솟는다. “SK는 누가 있어야 된다는 말을 안 듣게 하고 싶다.” ‘박경완, 김광현이 빠져서 밀린다’는 소리를 SK 남은 선수들이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개막 전부터 “정상호는 2009년 19연승 포수였다. 포수는 SK에서 약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정상호의 타격 사이클과 SK 월별 성적이 동조한다”고 평했다. 비관론 속에 갇힌 SK이지만 그런 와중에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정상호는 자라고 있다.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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