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추락→부활→비상!…금메달 뒤엔 가족이 있었다

입력 2011-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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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DB

박태환의 금은 홀로 딴 금이 아니었다

든든한 지원군 아버지 박인호씨
아들위해 담배도 끊었죠
“운동 하면 ‘놈팡이’”…처음엔 반대

모성투혼 어머니 유성미씨
암투병 속에서도 뒷바라지
“여보 재능 있다는데 포기 못해요”

‘연인이자 친구’ 누나 박인미씨
임신 중 응원 위해 상하이행
쉴때 심야영화 보고 고민도 상담
2011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에서 ‘예상대로’ 당당히 정상에 오른 박태환(22·단국대)의 승부근성은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 선수들을 지도해온 마이클 볼(호주) 코치도 “특정 선수를 이겨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꼭 그 다짐을 실현시키는 선수를 두 명 봤다. 한 명이 스테파니 라이스(호주·2008베이징올림픽3관왕), 그리고 또 한 명이 박키(박태환의 애칭)”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치열한 승부의 세계 이면에는 극도의 외로움과 피로감이 존재한다. 박태환은 “그럴 때 항상 나의 버팀목은 가족이었다”고 말해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에게나 가족은 ‘무조건적인 응원군이자, 안식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24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의 관중석 한편에서도 아버지 박인호(62) 씨와 어머니 유성미(54) 씨, 누나 박인미(29) 씨가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암 투병 속에서도 아들 뒷바라지하던 어머니


“운동 해봐야 ‘놈팡이’밖에 더 되겠어? 수영이 장래가 있어? 아니면 프로팀이 있기를 해? 우리가 돈이라도 많이 벌어두었으면 모를까…. 이제 그만두게 합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모질게 말했다. 그것이 아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 생각은 달랐다. “여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재능도 있다는데….” 어머니의 열정은 마린보이가 처음으로 풀장 속에 발을 딛는 날부터 대단했다. 여섯 살 아들의 수영장 등록을 위해 밤 새 기다리는 노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암과 투병하면서도 초시계를 들고 초등학생 아들의 곁을 지켰다. 어머니는 물 밖에서, 아들은 물 속에서…. ‘어머니의 투혼’은 이미 유년시절부터 단련된 박태환의 승부사 기질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내 아들이지만 불쌍해’, 애틋한 마음의 아버지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이제 박태환은 모든 수영선수들의 우상이다. 명예 뿐 아니라 부도 모두 거머쥐었다. 10년 전 아버지의 말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래서 아버지의 성원은 더 열렬하다. 지난해에는 아들이 광저우아시안게임 훈련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심장혈관수술 사실도 숨겼다.

“내 아들이지만 참 불쌍할 때가 많아요. 5월 멕시코 전지훈련을 갔을 때는 한식당이 없어서 주로 햄버거만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담배를 끊은 지 5개월이 됐다”고 했다. “아버지가 어떻게 담배를 끊느냐”는 아들의 말에 자극 받아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아들은 저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는데….’ 아들과의 약속 때문인지, 결전을 앞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아버지는 라이터를 찾지 않았다.


○‘태환이는 가족의 자랑’

박태환 가족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상하이세계선수권. 최근 2년간 박태환은 이 2개 대회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격이 다른 대회다. 아버지는 그 사실을 2007년에 실감했다. “2007멜버른세계선수권에 갔는데 아무도 태환이를 주목을 하지 않았어요. 사진 하나 붙어 있는 데가 없더라고…. 그래도 2006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이었는데, 그럴 줄은 몰랐지.” 하지만 아들은 실력으로 부모의 서운함을 날렸다. “태환이가 우승하던 날 숙소에 들어왔더니 호텔 직원들이 꽃이며 케이크며 폭죽을 준비했더라고요…. 참 그 때 기분이란 말로 표현을 못해요.” 이번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선 박태환의 일거수일투족이 외신들의 관심사다. 아버지는 “어제 중국 TV에서도 태환이랑 쑨양이 나오더라”며 격세지감을 표현했다.


○외삼촌 되는 박태환, ‘우리 가족 한 명 더 늘어요’

어머니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호랑이 꿈을 꿨다. 그 때는 ‘딸의 태몽인가, 아들의 금메달 꿈인가’를 확신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후자였다. 하지만 몇 개월 뒤 박태환의 가족은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바로 2009년 가을 결혼한 박태환의 누나가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3개월째. 내년 2월이면 박태환은 외삼촌이 된다. 새로운 가족이 생김과 동시에 박태환의 든든한 지원군도 한 명 더 늘어난다.

아버지는 “태환이 누나는 상하이에 올 때도 조심조심 왔다”고 했다. 홀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생의 경기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박태환에게 누나는 연인이자 친구다. 쉬는 날이면 집에만 박혀 있던 동생과 심야영화를 보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은 항상 누나의 몫이었다. 하지만 정작 누나의 결혼 직전 열린 로마대회에서 부진해 동생은 항상 마음의 짐이 남아 있었다.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 그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만회했다. 태중 조카에게도 좋은 선물을 안긴 셈이다. 아버지는 “정작 나는 할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좀 싱숭생숭하기도 한데, 태환이가 나서서 ‘병원도 같이 다니시고, 누나 좀 잘 챙기시라’며 압력(?)을 준다”며 웃었다.

상하이(중국)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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