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식도 나라도 돌봐주지 않는 빈곤노인들

입력 2011-07-2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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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자식이나 부모 등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없거나 아주 적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5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 155만 명을 대상으로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을 조사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소득이 일정한 기준(4인 가족 기준 256만 원)을 넘어설 경우 해당자는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복지부는 현재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364만 원(4인 가족 기준)이 넘는 10만3000명에게 수급자 자격 박탈을 통보했다.

부정수급자를 가려내야만 복지 누수(漏水)를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구축해 소득정보를 파악함으로써 부정수급자 적발이 수월하게 됐다. 그러나 수십 년간 연락을 끊고 지낸 자식의 소득과 재산이 드러나면서 생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빈곤노인도 속출하고 있다. 90대 노인을 부양하는 70대 홀몸노인의 재산이 기준을 약간 초과한다는 이유로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한 사례도 있었다.

수급자 탈락은 별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노인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다 보니 12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60대가 수급자 탈락 통보를 받고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은 데 이어 13일에는 수급 탈락을 당한 경남 남해의 70대 노인이 거주하던 노인요양시설에서 쫓겨날 것을 우려해 자살했다.

우리 기초생활수급제도는 부양 대상자를 1차는 가족이, 2차는 국가가 책임지는 한국형 복지모델이다. 부양책임을 국가가 지는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복지제도는 부모나 자식의 부양은 가족이 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기저(基底)에 깔고 설계됐다. 그러나 고령화와 함께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는 가족 해체를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자녀의 효심(孝心)에 기대 노인을 부양하라고 하기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중위가구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노인 소득자의 비율)도 한국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면서 가족 해체라는 새로운 사회적 도전에 맞는 사회복지제도를 검토할 때가 됐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던져진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부양에 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 새로운 복지체계를 설계하자면 국가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산층 이상에도 복지를 제공하는 포퓰리즘을 걷어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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