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인터넷 망 중립성’을 주장하나

입력 2011-07-28 16: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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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이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란 인터넷을 통한 부하 발생(트래픽)은 사용자든 기업이든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유형, 인터넷 주소, 사업자, 단말기 등의 모든 주체가 동일하게 처리(과금)되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개념적인 설명만으로는 망 중립성이 무엇인지 쉽게 이해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보자.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같은 대형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이하 ICP, Internet Content Provider)다. 대형 포털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고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모두 이에 속한다. 네이트온, MSN 메신저, 스카이프, 판도라 TV,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그러하다. 이들 ICP는 인터넷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 서비스 업체(이하 ISP, Inter Service Provider)가 있다. 각 가정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각 통신사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는데, 이러한 인터넷 망 사업을 제공하는 통신사를 일컬어 ISP라 한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외에도 스마트폰 등에서 접속하는 무선 인터넷/이동통신 업체도 ISP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동통신 주요 3사인 KT, SKT, LG U+가 이에 해당된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 당연히 ISP 업체에 가입하고 그에 따른 사용료/통신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네이버, 다음 등의 IC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콘텐츠 수준이 지금처럼 우수하지 못했다면 인터넷 가입자 수는 현저히 낮았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100Mbps급의 빠른 인터넷 망이 보급되지 않았다면 포털 사이트가 지금처럼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ICP와 ISP는 상호 공존하며 발전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그 혜택은 사용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망 중립성의 핵심 취지다. 그러나 이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ICP와 ISP의 묘한 대립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스마트TV의 보급으로 무선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유무선 인터넷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는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되 온 문제다. 다만 올해 폭증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 때문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ICP와 ISP 간 대립의 내용은 간단하다. 스마트폰/태블릿 PC/스마트TV 등으로 인한 무선 데이터 폭증이 몇몇 주요 ICP 때문이라는 것. 망 중립성을 누구나(사용자나 기업이나) 이용할 수 있다는 ‘개방성’이 아닌, 현실적인 트래픽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공정성’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ISP 측의 주장이다.



ISP의 입장

ISP의 입장은 이러한 데이터 폭증 상황에서는 더 이상 망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물리적 자원에 한계가 있으니,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이용자와 사업자(특히 대형 ISP)는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KT 이석채 회장은 “데이터를 많이 쓰는 사람은 비용을 더 내고, 망 부하를 유발하는 콘텐츠 사업을 하는 쪽도 당연히 비용을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의 이상철 부회장 역시 “스마트 TV가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할 것이다. 이는 차세대 LTE 망으로도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으며, SKT 하성민 사장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까지 가세할 경우의 데이터 트래픽 증가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결국 망 중립성의 개념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ISP는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수용하고,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자신들뿐 아니라 몇몇 ICP도 일부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용자와 서비스(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접속 차단 또는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침이다.

KT 이 회장은 “네트워크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망이 수용할 수 있는 트래픽이 순식간에 채워진다. 사용자와 ICP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사 혼자 해결하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털어 놨다. LG유플러스 이 부회장도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 ‘중립성’이라는 단어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업 윤리에 부정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라며 토로하기도 했다.

ISP의 이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망 투자 비용과 유지 비용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막대하게 들어가기도 하거니와,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불만의 화살을 ISP가 고스란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각 포털 사이트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스포츠 중계 등)가 본격 시작되면서 트래픽 폭증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는 이 동영상 서비스를 광고나 홍보 모델로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ISP 입장에서 보면 ‘망 중립성’이라는 명목 하에 과다 트래픽 유발의 주범 격인 서비스를 아무 거리낌 없이 제공하는 셈이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는 ISP에게 집중된다.


ICP의 입장

ICP의 입장은 위와 다르다. ISP가 인터넷 서비스를 제어하는 순간 인터넷 사용자가 ISP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며, 결국 망 중립성을 토대로 발전한 국가 인터넷 산업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것. 즉 ISP(통신사)가 인터넷 서비스의 통제권을 갖게 되면 ICP는 사실상 ISP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사용자에게 전가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ISP가 ‘카카오톡’ 서비스에 과금 정책을 적용한다면, 카카오톡의 콘텐츠 제공사(카카오)도 어쩔 수 없이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최근 ISP의 망 중립성 재논의에 대한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ICP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ICP는 지난 7월 27일, 망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오픈인터넷 협의회(OIA, Open Internet Alliance)’를 결성키로 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OIA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최세훈), 구글코리아(대표 이원진), 제이큐브 인터랙티브㈜(대표 박상순), 엔에이치엔㈜(대표 김상헌), 판도라TV(대표 최형우), 스카이프, 야후코리아(대표 김대선) 등 7개 ICP와 인터넷기업협회(회장 박주만), 인터넷콘텐츠협회(회장 이정민) 등이 참여키로 했다. 아울러 OIA는 문호가 개방돼 있기 때문에 참여기업 및 단체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전세계 각국에서 망 중립성을 네트워크 통신 정책의 주요 원칙으로 삼기 위한 논의와 입법활동, 정책마련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네덜란드 의회가 망 중립성 원칙을 재확정하는 통신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에 비해 국내의 경우 통신사가 트래픽 폭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대응은 뒤로 미룬 채, 망 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하는 네트워크 상의 트래픽을 차단/차별/통제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형 망 중립성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필요

망 중립성에 대한 ICP, ISP 양 측의 주장은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 중이다. 양 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고 인정할 만하기 때문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올해 11월까지 망 중립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공언한 바 있어, 양 측의 주장은 앞으로 더 치열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통위는 전문 연구기관, 학계, 통신사업자, 콘텐츠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연구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며, 외국 망 중립 입법 동향 및 기술적, 법적 측면을 분석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사용자와 ISP, ICP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국내 통신시장 환경에 적합한 망 중립성 정책방안을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부디 ‘한국형 망 중립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길 사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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