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선수 잡는 더블헤더·월요일 경기 반대” 70%

입력 2011-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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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더블헤더·월요일 경기 필요한가

올 시즌 프로야구가 연이은 우천취소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6월 장마부터 줄줄이 경기가 비에 쓸려가더니 7월을 지나 8월에도 ‘물폭탄’을 맞고 있다. 10일까지 무려 67경기나 우천으로 취소됐다. 프로야구 일정은 8월 28일까지 짜놓은 상태. 이후 미편성 32경기와 우천취소 67경기를 합치면 추후일정으로만 99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9일 2011년 제5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29일 이후 새로 편성되는 잔여경기 편성원칙을 심의했다. 일단 월요일 및 더블헤더 경기를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앞으로 비가 또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지난해처럼 8월과 9월에도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우천취소 경기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더 길어지거나, 더블헤더 또는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팀당 133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 ‘이슈&포커스’는 이에 따라 프로야구계 파워 엘리트 50인을 대상으로 ‘더블헤더, 혹은 월요일 경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더블헤더·월요 경기 이래서 반대한다



체력 부담 너무 커…경기력 하락 불보듯
시즌 막판 치열한 순위싸움 변수 줄여야


○더블헤더-월요일 경기 반대 압도적

프로야구 종사자들도 현재의 대량 우천취소사태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소화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일단 가능하다면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없이 시즌을 마치자는 얘기다.

설문에는 프로야구 8개 구단에서 5명씩(감독 또는 코치 1명, 선수 2명, 운영팀장 1명, 마케팅팀장 1명) 총 40명, 야구인 10명 등 모두 50명이 참가했다. 이들 중 70%인 35명은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24%인 12명은 찬성에 표를 던졌고, 3명은 유보적 답변을 내놓았다.

8개 구단의 감독 또는 코치 8명 중에선 KIA 조범현 감독과 두산 장원진 코치가 “해야 한다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나타냈고, 나머지 6명은 모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가급적 무리하지 않게 일정을 늦추는 편이 좋다”고 말했고, 한화 한대화 감독과 삼성 류중일 감독은 “체력적으로 무리가 간다”며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일정을 늦추더라도 경기를 소화하자는 주장이 대세였다. LG 서용빈 코치는 “최근에는 11월에도 예전처럼 그리 춥지 않다.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는 막판 팀 순위 경쟁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더블헤더는 보통 1승1패를 할 확률이 높다”며 막판 치열한 순위싸움에 변수를 줄이는 편이 좋다는 입장이었다.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편성에 대해 반대하는 쪽은 대부분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와 선수운용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화 이상군 운영팀장은 “월요일은 리듬상 쉬어야 하는 날이고, 더블헤더는 아무래도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LG 조연상 마케팅팀장은 “구단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팬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며 최대한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피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더블헤더·월요 경기 불가피하다

벌써 67경기 우천 취소…정상운영 불가능
추위속 PS 치르면 선수·관중 모두 힘들어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 필요하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 보면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KIA 조범현 감독은 “국제대회가 없는 해이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취소되는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KIA는 경기를 많이 한 편이지만 포스트시즌의 날씨와 기온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경기를 소화한 KIA는 대부분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가 필요하다는 쪽이었다. 윤석민 역시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했을 때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상훈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삼성 현재윤은 “더블헤더든 월요일 경기든 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가을잔치에 참가한 선수들도 이후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고, SK 이호준 역시 “추울 때 포스트시즌을 하는 것보다 일정을 당기는 편이 낫다”면서 “추운 날씨에 몸 안 사리고 플레이를 하다 보면 선수생명이 단축될 수도 있다. 될 수 있으면 가을야구는 가을에 하자”고 주장했다. 삼성 박덕주 운영팀장도 “불가피하다면 소화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이 너무 늦게 진행되면 관중 편의 면에서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하일성 해설위원은 “굉장히 급해졌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더블헤더가 부담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리그를 생각했을 때는 월요일이나 더블헤더도 꼭 필요하다”면서 “프로야구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시즌 일정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너무 추운 날씨면 안 된다.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며 대미를 장식해야 할 포스트시즌에 악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둘중에 하나 골라야 한다면?

“월요경기! 하루 두경기 몸에 데미지” 76%
“더블헤더! 월요일 휴식 리듬에 익숙” 10%


○더블헤더보다는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소화하지 않고는 도저히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경우, 꼭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더블헤더 보다는 월요일 경기가 낫다’는 답변이 76%인 38명에 이르렀다. 더블헤더를 선호한 답변은 5명이었고, 상황에 따라 결정될 일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인 응답자는 7명으로 나타났다.

SK 김성근 감독은 “더블헤더는 선수 운용에 무리가 간다”고 말했고, 김재박 KBO 경기감독관은 “시즌 막바지라 선수들이 이미 지쳐있는데 하루에 두 경기를 치르면 몸에 데미지가 크다”며 굳이 해야 한다면 그나마 월요일 경기가 낫다고 평가했다.

넥센 김성갑 코치는 “더블헤더를 할 경우 훈련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10시간을 야구장에 있는 것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져 개인기록에도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 롯데 홍성흔은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안 하는 게 정답이지만 더블헤더는 선수들에게 너무 힘들다”며 월요일 경기를 선호했다.

SK 김원형은 “투수는 더블헤더를 해도 안배가 되지만 야수를 생각하면 월요일 경기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블헤더를 선호하는 쪽도 있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일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하지 않나”라면서 “월요일 경기를 3번 한다고 치자. 3주 내내 못 쉬는 것이다”고 주장했고, 삼성 이성근 운영팀장도 “대부분의 선수들이 월요일에 쉬는 리듬에 익숙해져 있다. 또 월요일 경기를 해 자칫 원정 9연전을 치르는 팀이 나오면 이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더블헤더에 무게를 실었다. 두산 정재훈 역시 “하루라도 쉬는 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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