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제블레 ‘우주올림픽 나갈 지구대표선수’

입력 2011-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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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9000점 넘긴 ‘10종경기 전설’ 로만 제블레

체력·스피드·파워 종합 1위
만약 우주올림픽 열린다면
지구대표 뽑힐 육상천재

9026점 최고기록 보유자
창 어깨 관통후 내리막길

전문가 부정적 전망 붕구
“좋은 결과 내기위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신체적 능력을 지닌 운동선수는 누구일까. 스포츠팬들이라면 누구나 품어봤을 법한 의문이다. 육상에서는 10종 경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AP통신이 20세기 전반 가장 위대한 남자선수로 꼽은 이 역시 ‘10종경기의 전설’ 짐 도프(미국·1888∼1953)였다.

도프는 1912스톡홀름올림픽에서 미국대표로 출전해 10종경기와 지금은 없어진 5종 경기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도프는 프로미식축구와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활약했다. 도프 이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이를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에서도 만날 수 있다. 그의 이름은 로만 제블레(37·체코)다.


○제블레는 체코대표? 지구대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08년 6월, 베이징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흥미로운 설문을 했다. 스포츠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만약 우주 올림픽이 열려 지구에서 대표 선수 1명을 보내야 한다면 누구를 선발해야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시야와 반사 작용, 체력과 회복 속도, 파워와 체격, 스피드, 종목에서의 경쟁력, 유연성 등 6개 부문에 걸쳐 선수들의 능력치를 종합평가한 결과가 나왔다.

1위는 단연 제블레였다. 2위는 미국프로농구(NBA)선수 르브론 제임스(마이매미), 5위는 테니스선수 로저 페더러(스위스)였다. 내로라하는 스포츠스타들도 제블레의 운동능력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제블레는 60억분의 1의 유전자를 지닌 사나이다.


○타고난 육상천재, 10종 경기 입문 이후 일신우일신

어린 시절 축구와 육상을 병행했던 제블레는 17세이던 1991년 처음 출전한 10종 경기에서 5187점을 받으며 이 종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0종 경기는 첫날 100m·멀리뛰기·포환던지기·높이뛰기·400m, 다음날 110m허들·원반던지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1500m를 치른다. 워낙 다양한 종목을 섭렵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훈련으로 정상급선수가 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블레는 달랐다.

본격적으로 10종경기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개인최고기록을 7642점까지 늘리며 천재성을 발휘한 것이다. 1997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처음으로 국제 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1에드먼턴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오른 그는 그해 5월 9026점이라는 역대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이후 2000시드니올림픽은메달, 2004아테네올림픽금메달과 2003파리세계선수권·2005헬싱키세계선수권 은메달 등으로 전성시대를 구가했다.


○10개 종목에서 모두 상위 90%기록을 내는 철인

10종경기는 각 종목의 순위와 상관없이 경기에서 나온 기록을 점수로 환산해 더한 총점으로 순위를 매긴다. 점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종목별 상위 선수들의 평균 기록을 계산해 만든 채점표를 따른다. 남자 100m를 예로 들면 10초395가 기준(1000점)이 되고, 여기서 일정한 점수를 깎거나 더한다. 10종 경기에서 9000점을 넘겼다는 것은 모든 종목에서 세계 최고선수들의 90% 이상 기록을 냈다는 뜻이다.

육상역사상 10종경기에서 9000점을 넘긴 선수는 제블레가 유일하다. 여전히 한국기록은 8000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블레는 100m를 10초64에 뛰고 장대높이뛰기도 5m20을 넘는다.


○불의의 사고 딛고 선 전설, 대구에서 마지막 날개?

제블레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7년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도중 다른 선수가 던진 창이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 창은 12cm 깊이까지 박혔다. 훗날 그는 “20cm 빗겨 창을 맞았다면 죽었고 1cm만 빗겨 맞았다면 선수생활이 끝났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부상악재를 뚫고 출전한 2007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제블레는 2008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의 정상복귀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이 황제의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유럽 실내선수권대회 남자 7종 경기 동메달을 따는 등 그의 실력이 완전히 녹슨 것은 아니다. 17일 대구에 도착한 제블레는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조금 있는데 컨디션 조절을 잘해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메달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10종 경기는 27·28일에 열린다.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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