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프로축구연맹 이재성 심판위원장, A급 심판 PO 올인…가을잔치 오심 올킬!

입력 2011-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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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오심과 관련해 반복적인 심판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해 최대한 실수를 줄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7sola

연 90회 교육 불구 오프사이드 판정 한계
명백한 오심땐 삼진아웃…A급은 더 엄격
심판 4등급 분류…경기 난이도 따라 배정
6강 PO는 축제…최고 고급심판들 나설 것


한 나라 프로리그의 성패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때 팬들이 늘고, 감동 그 이상을 선사할 때 대박을 터뜨린다. 그런데 이런 감동이 아무 때도 생기는 게 아니다. 공정한 판정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리그의 품격은 심판이 좌우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 K리그는 심판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 특히 순위를 가리는 중요한 경기에서 명백한 오심이 줄을 이어 팬들의 짜증을 가중시켰다. 심판의 애로사항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그래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심판 쪽에 분명 문제가 있다. 주심 20명, 부심 20명 등 40명의 전임심판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재성(53) 심판위원장을 만나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중요한 경기에서 오심이 잇따르고 있다.

“심판들이 먼저 오심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오심이 없으면 행복하지만 사람이 하는 거라 오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K리그 심판위원회)는 무려 208가지를 동원해서 (심판 판정을) 분석 평가하는데, 주심보다는 부심의 오프사이드 상황이 결정적인 게 많다. 방송 카메라의 발달로 부심들이 힘들다.

부심은 볼과 사람과 최종수비수까지 동시에 시선을 둬야 한다. 부심 판정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상황이 나오는데, 이걸 줄이기 위한 방법은 반복적인 트레이닝 밖에 없다. 정확한 답(판정)을 알고도 반응 못 할 때가 있고, 반대로 강박관념에 의해 반사 신경이 빨라져 먼저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참 어렵다.”


-심판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심판들은 올해 90회 정도 보수교육을 받았다. 분석위원 4명이 90분 8경기(한 라운드) 총 32경기를 본다. 분석을 마치고 분석위원회를 한다. 그 다음에 심판을 교육시킬 것이냐, 쉬게 할 것이냐를 결정한다.

A클래스가 오심하면 더 속상하다. A급이다 보니 우리 교육 프로그램에서 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다. 심리적인 부분은 우리가 접근하기 어렵다. 새로 시작하는 심판은 예방하고 맞춤교육으로 갈 수 있는데, 고급인력은 맞춤 교육하기가 어렵다.”


-특정 구단은 특정 심판만 만나면 꼬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심판은 4등급(ABCD)으로 나뉜다. 그런데 베스트로 조를 짜면 미래가 없다. 잘 하는 심판 중심으로만 배정하면 그 사람 외에는 기량을 향상할 무대가 없다. 때로는 모험도, 걱정도 하고, 데이터에 의해 기량 향상 난이도를 체크해 배정한다.

외적인 요소도 있다. 3년차 심판이 관중 3000명 앞에서 할 때와 A급이 관중이 3만, 4만 명의 경기장에 투입될 때다. 라이벌 전이나 4만, 5만명이 운집했는데 B급(심판)을 경기에 집어넣을 수는 없지 않는가.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심판을 넣다보니 라이벌 전이나 관중이 많고 큰 경기는(특정 심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구단에서 항의도 하나.

“있다. 난 오히려 감사하다. 본인들 생각을 저라는 창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으니. 난 이렇게 얘기해준다. ‘이거 하나 손해 본 것 같아도 8가지 득을 봤다. 앞에 있는 것은 당신들 득 본 상황이다’고 한다. 고깃집에서 저울질 하듯 5대5로 볼 수 있냐.

(구단이) 불신하면 우리 설 자리가 없어진다. 구단에서 불신 인식이 선수에게까지 간다. 난 심판들에게 90분 경기는 하나의 스토리라고 말한다. 흔적으로 남는다. 좋은 스토리를 써서 크레딧을 쌓으면 훌륭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오프사이드 판정이 가장 문제인데.

“시선 확보가 힘들다. 세트 플레이 상황이나 볼이 한 번에 나갈 때 시선 확보를 해야 할 부심이 불완전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부심은 사이드 스텝, 백 스텝, 전력질주를 하는데 일반인이 걷지 않는 모습으로 걸을 수밖에 없다.

볼을 주는 자, 받는 자, 최종 수비수를 동시에 봐야하고 최종 터치를 누가 하느냐까지 기다려야 한다. 알고도 순간적으로 판정을 잘못한다. 집중력을 갖고 시선을 두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도 동감한다.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오심과 만인이 알 수 있는 오심은 구분돼야 한다. 그래서 벌을 주고 상을 준다. 감독을 보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심판이 경기를 잘못 운영해 선수들이 땀 흘려서 훈련했는데 결과가 심판 때문에 졌다고 하면 그것보다 속상한 게 어디 있겠는가.

2011년에 오심이 5개라면 2012년에는 제로가 되도록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프사이드와 관련해서 교육을 하다보면 10개에서 8개 맞고 2개는 틀린다. 10개 만점이 거의 안 나온다.(결국 10개 중 2개 이상은 오심이 나온다는 의미다)”


-명백한 오심일 때 심판에 대한 제재는.

“일단 분석하고 심판을 호출해 소명 기회를 주고 교육을 한다. 심판이 오심을 인정하면 판정 소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이 사람이 올해 처음이냐 유사한 문제가 있었냐, 만약 있었다 삼진 아웃을 적용한다. 또 상황에 따라 난이도가 있다. 충분히 볼 수 있었냐 이런 것도 따지고 A급인데 못했다면 가중처벌이 된다.”


-현장에서 비디오 판독을 통해 명백한 오심이면 결과 번복도 가능할 듯한데.

“비디오 판정은 축구 정서에 안 맞는다. 다른 종목에서는 정확한 것을 원한다. 축구는 그 부분까지 하면 상당히 혼돈이 올 수 있다. 미완성 반칙을 불었을 때 어떤 견해를 갖고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90분 내내 분쟁하다가 말 수밖에 없다.”


-90분 동안 심판이 판정 내리기 가장 어려울 때는 언제인가.

“그건 심판이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파울을 어떻게 적용했느냐, 경고성 퇴장성을 어떻게 적용했느냐 이게 그날의 기준점이다. 형평성과 일관성 유지가 제일 어렵다. 이걸 어떻게 유지해서 90분을 가느냐, 이게 어려운 것이다.”


-챔피언십 심판진 운용은.

“6강 플레이오프는 축제다.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답이 나와 있다. 6강은 테스트와 경기력 향상의 장이 아니다. 파이널 무대는 1년 데이터에 의해 최고 고급 심판들이 투입된다.”


-2013년 승강제를 앞두고 내년 시즌 심판 판정에 대해 더 민감할 듯한데.

“그래서 구단이나 선수들이 심판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해야 한다. 변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는 상당히 겁이 난다. 바라보는 인식이 선진화되면 우리도 다 내놓겠다. 심판이 갖고 있던 실수에 대해 공개하라고 많이 한다.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향상해야 하고 오심을 줄여야 하고 불신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방법을 총동원하겠다.”


● 이재성?

생년월일: 1958년 4월 7일(경기도 여주)
학력: 숭실고-성결대-동국대 신문방송학과 석사

▲ 경력
- KFA 1급 심판 자격증취득(1990) 국제심판(1994∼1995)
- 프로축구연맹 전임심판(1994∼2002)
-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 및 심판위원(2003∼2006)
-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2008∼현재)

최현길 스포츠2부 부장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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